결혼은 둘만 좋아서 하는 게 아니었다.(9)
반년이 넘는 기간 동안 나의 공황장애 증상은 많이 호전되었다.
과호흡은 겨울에 약을 처방받고 한 달 정도 지나니 괜찮아졌고
(시부모님 연락이 오거나 만나고 나면 그날 저녁에는 가끔 과호흡 증상이 있었다.)
소화불량과 설사도 약을 먹고 1-2주 정도 지나니 괜찮아졌다.
나에게 오래갔던 건 무기력증.
출근 전이나 출근 후에 끊임없이 무엇을 하는 갓생러라고 자부했던 나는
집안일이나 업무나 그 무엇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집에서는 누워만 있고
가끔 나가는 산책도 평소 7km씩 러닝 하던 나는 3km만 걸어도 집에 들어와서 바로 누워버렸다.
주말에도 머리로는 움직여야 하는데 눈을 감았다 뜨면 저녁이 되어버리는 일상이 6개월..
저녁약을 먹지 않으면 심한 악몽에 시달려 깊은 잠에 들지 못했고,
새벽을 지새우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도 반년동안 2주에 한번, 한 달에 한번 병원에 방문하며 호전되는 나를 보며 금방 낫겠다고 자부했지만
중간중간 시부모님 연락강요와 만남으로 인해 한 번씩 증상이 훅 하고 올라와 차차 좋아지지는 않았다.
괜찮아질 때쯤에는 자궁근종이 커져 복통과 헛구역질, 빈혈로 인해 수술까지 가야 하나 하고 심하게 걱정하며 명절에 산부인과도 찾아가 보고, 그렇게 좋아하던 커피와 인스턴트, 밀가루를 전부 끊게 되었다.
스트레스가 몸에 쥐약이라는 말을 이제야 몸소 깨닫게 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께도 스트레스가 심하면 무조건 병원을 가보라고 권유드리고 싶다.
약을 먹는 것과 안 먹는 것의 차이가 크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극복을 위해 병원은 필수인 것 같다.
또한.
나의 몸과 마음이 아픈 것을 모두 시부모님 탓으로 돌리고 싶진 않다.
나의 문제가 없다고만도 얘기하고 싶지 않다. 모든 것은 내 관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