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버지의 근원과 존재 원리에 대한 집착 -자화상

by Siesta
62(51).jpg


images.jpg


temp_1731022425501.574780651.jpeg


1731022499851.jpeg

아버지 조영동 화백이 평생 동안 그린 자화상과 사람들의 얼굴은 수 백 개가 넘는다.


대부분은 천주교 박물관 절두산 미술관에 기증되었다.


한 인간의 삶이 전쟁과 배고픔 그리고 학대와 불평등으로 시작되는 삶이었다면 그 삶을 이어나가는 인간이 성장해 나가며 만들어가는 존재 의미와 근원에 대한 해답은 절대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나의 아버지 조영동 세대의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들이 겪었던 집단 트라우마는 전쟁, 빈곤, 학대, 불평등..이었다.


아버지가 육이오 전쟁에서 받은 충격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아버지 영혼의 상처가 되었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그 어떤 이유 아래에서라도 학대하고 상처를 입히고 죽이는 것은 인간 자체의 본질에 질문을 가지게 하는 일이다.


남이 할 수 있는 일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하는 일을 남도 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은 모방을 통해 학습하는 본질을 가진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자아가 강하고 사람들과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예술가들은 그래서 이렇게 잔악한 인간의 본질에 보통 사람들보다 더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인간인 나도 어떤 경우에는 저렇게 잔인해 잘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 빠지기도 하고 내가 사랑하는 한 인간이 어떤 상황에는 저렇게 동물 같은 잔혹성을 내 비 칠 수 있는가 의구심에 빠지기도 한다.


아버지와 친하게 지내시던 한 H 신문 기자님이 1980년 광주민주운동 이후 정부기관에 잡혀가셨다가 크게 고문을 당하고 나와 자살했던 사건이 있었다.


아내와 두 아이가 있었던 분이시다.


이때 아버지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아버지 조영동 화백같이 인간적이고 인식능력이 뛰어난 지성인들에게 이런 사회 집단적 트라우마는 이것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희망으로 돌파구를 찾는 평생 숙제가 되었다.


이번 전시에 손명희 선생님께서 전시장에 크게 확대한 아버지의 사진에서 본 아버지의 눈빛은 전시장을 눈물로 가득 채울 것 같은 슬픔과 희망으로 혼신의 힘을 다하는 빛을 전시장에 가득 채우는 두 가지의 감정을 교차시키는 아버지의 눈빛을 발견하게 했다.


이렇게 인간의 가장 절망의 끝자리에서 희망의 빛으로 온 힘을 다해 달려간 아버지 조영동 화백의 이 인간을 그린 초상화에는 대한민국의 역사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고 본다.


아버지의 자화상이기도 하고 동시대를 산 사람들의 슬픔을 표현한 인간의 모습이기도 한 이 사람의 그림은 충북 문화관 전시장 입구에 전시되어 있다.


이 전시는 다시 서울 인사동에 있는 충북 갤러리에서 2025년 1월 23일까지 계속된다.

keyword
이전 06화10월의 국화 October Chrysanthem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