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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들고 탈출!

공포의 새벽 대 소동~

by 낮은소리



지난주 중에 대략 새벽 3시경

피터와 나는 깊은 잠에 빠진 상태였는데

갑자기 전쟁이라도 난 듯 다급한 경고방송이 흘러나왔다. 아파트에 불이 났으니 대피하란 긴급안내 방송!

.

나는 자기 전 먹는 공황장애 약 중에 수면유도제도 있기에 새벽시간에는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대피하란 안내 방송소리가 고막을 찢는 듯 어찌나 쩌렁쩌렁 들리는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피터도 깜짝 놀라 이게 웬일가? 싶은지 거실로 튀어나가 소파밑에 숨에 버렸다.




제일 먼저 든 생각!

피터를 이동 케이지안에 넣어야 한다.

그리고 탈출해야 한다.

놀라서 소파밑 깊숙한 곳에 숨은 피터의 꽁지를 힘껏 아프든지 말든지 억지로 잡아서 케이지 넣었다.

그러나 너무 당황한 나머지 케이지 문이 안 잠겨 한참을 씨름하였다.

심장은 두군 두군 대지 피터는 연신 울어대지 그 짧은 몇 분이 죽을 것만 같은 공포가 밀려왔다.

어찌어찌 끝에 케이지 문을 닫고 피터를 데리고 무조건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무슨 이상한 냄새가 흐릿하게 나긴 했지만 어디에도 불이 난 모습은 안 보인다.

이미 소방차 두 대가 와 있었고 몇 분의 소방관들이 우리 동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나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땅바닥에 주저 않았다.



피터는 계속 케이지 안에서 울부짖고 있고 1층으로 내려온 사람들은 웅성대기 시작!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기억도 없을 때 안으로 진입했던 소방관들이 밖으로 나왔다.

이제 별일 없으니 집으로 들어가도 된다고

했다. 이제 괜찮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 새벽에 잠옷바람으로 뛰쳐나온 상황을 대충이라도 설명은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핸드폰 시계를 보니 새벽 3시가 훨씬 넘은 시각, 어느 누구 하나 이 상황에 대해 속시원히 설명을 안 해준다.

안심하고 댁으로 들어가란 말만 되풀이하고 그렇게 빨간색 불자동차는 새벽공기를 가르며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이상한 점은 내가 살고 있는 동의 입주민들이 생각 외로 많이 안 나왔다. 그렇게 커다란 의문만 1층에 남겨놓은 채 피터를 데리고 집에 들어왔다.

살다 살다 이런 일을 처음 겪은 터라 다시 침대에 누웠지만 이미 놀란 심장이 두근대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고 피터도 마찬가지였는지 서성대다가 내 옆으로 와서 눕는다

"피터! 너무 놀랐지? 이제 자자 ~ 아까 엄마가 꼬랑지 세게 잡아당겨 미안해~"

.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안 생기란 법이 없다.

그제 아파트 화재보험부터 들어놨다.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서 간단하게라도 피터의 간단한 생존 물건들과 내 물건들도 가방에 넣어둬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무슨 일이 생기면 가방 들고 피터와 함께 튀어야

하니까!

아직도 믿기지 않는 공포의 새벽 대소동! 그렇게 기억 속에 저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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