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다시 8번째 나라, 2번째 도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플릭스(Flix) 버스를 타고 16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둘이 합쳐서 10만 원으로 나라를 이동하다니!
유럽여행은 나라 이동 시 서로 큰 제한 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인 거 같다.
버스터미널에서 프랑스의 대중교통 1회 이용권인 T+의 10매 묶음권인 까르네를 구매해서 숙소 쪽으로 이동했다. 숙소가 전철역에 가까워 전철을 타고 이동하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에펠탑이 생각했던 거보다 더 거대해서 꽤 멀리서도 그 상당한 규모가 보이는 게 너무 신기했다.
우리가 정말 파리에 왔다는 게 에펠탑 하나만으로도 완전히 실감이 났다.
에펠탑을 본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레어서 빨리 도시를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에 가방만 숙소에 두고 밥을 먹으러 바로 나왔다.
패션의 도시 파리를, 오랜 시간 버스를 타고 와서 피로에 쩐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돌아다니면서도 기분이 좋아서 우리 숙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사요궁(Palace of Chaillot) 앞까지 걸어갔다.
사요궁은 영화 "미션임파서블: 풀 아웃"에서 CIA 요원들이 짧은 대화를 나누는 곳으로 나왔던 장소인데 에펠탑을 가까이서 제대로 볼 수 있는 장소로 관광객들이 많은 곳이다.
꽤 많은 비가 왔고 우리가 머무는 기간의 파리 일기예보가 계속 비라 맑은 날 에펠탑 앞 공원에 앉아 여유를 누리지는 못해 아쉬웠지만,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에펠탑이 있고(숙소 옥상에서 에펠탑의 꼭대기가 보여 밤에도 에펠탑의 야경을 볼 수 있었다!) 파리의 회색인 듯 옆은 하늘색인듯한 지붕은 비 오는 날씨에 잘 어울려서 나름 운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비 오고 바람 불어도 꿋꿋하게 몽마르뜨 언덕에도 올랐다.
몽마르뜨 언덕까지 가는 버스 안에서 물랑루즈가 보였는데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영화 "물랑루즈"에서 보였던 장면과 거의 비슷한 건물의 모습에 영화를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기분이 들었다.
버스를 내려서 몽마르뜨 언덕까지는 걸어 올라가거나 푸니쿨라를 탈 수 있는데 우리는 당연히 걸어 올라가 파리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봤다.
지금 생각하면 피곤함에 오히려 과하게 텐션이 업 됐던 것 같은데 사진을 찍을 때 포즈를 잡고 잽싸게 사진을 찍는 사람 뒤로 통해 반대쪽에서 포즈를 한 번 더 취해서 화면에 내가 두 명으로 나오게 하는 파노라마 사진을 반복해서 찍으면서 말 그대로 뛰어놀았다.
내려오는 길에 "사랑해 벽"의 한글 "사랑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아니면 동절기에는 원래 그런 건지 공원을 막아놔서 아쉬웠지만 멀리서 바라보며 만족해야 했다.
첫날은 더 구경하고 싶은 우리 마음과 다르게 장시간 버스를 타고 온 피로 때문에 파리에 도착하기까지 벼르고 벼뤄왔던 한인마트 장보기까지만 하고 숙소로 돌아가 컨디션 관리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한인마트에서 우리는 제대로 고삐가 풀려버렸다.
파리의 한인마트가 우리가 들렸던 어느 한인마트보다도 큰 규모를 자랑했고, 우리나라의 대형마트처럼 브랜드 식품 외에도 집에서 조리해먹을 수 있는 마트 자체 밀키트도 있었다.
우리 숙소가 소파베드가 있는 원룸형 방에 욕실은 공용욕실을 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방안에 1구짜리 휴대용 전기 레인지가 2개나 있고, 전자레인지도 있어서 취사가 가능했기 때문에 파리에선 그동안 못 먹은 한식의 한을 풀어보자는 마음에 오징어볶음, 라면, 김치, 깻잎 반찬 등을 쓸어 담고 먹고 싶었던 한국 과자와 아이스크림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동안의 유럽 도시에서 현지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비용을 많이 절감했던 것에 비해서 이날은 한국 식품만 거의 10만 원 가까이 장을 본 거라 숙소에 도착해서 장 본 걸 정리하면서부터 바로 현타가 왔다.
이미 산 걸 되돌릴 순 없는 상황에서 남편과 내가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합리화를 시작했다.
"그동안 한식 안 먹고 참았으니 이 정돈 먹어도 되지 않나?
파리에서 실컷 한식을 먹고 나면 그다음부턴 다시 한식이 당기지 않을 거야
그래도 이렇게 우리가 조리해 먹으니 식당 가서 사 먹는 거에 비하면 저렴한 거야"
그렇게 불편해졌던 마음을 자기 체면으로 편하게 만든 후에야 오징어볶음을 볶고 햇반을 데워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잠자기 전 옥상에서 에펠탑 야경을 한 번 더 바라보며 우리가 정말 파리에 왔다는 걸 실감한 후 다음날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