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다시 11번째 나라, 2번째 도시
프라하에 머무는 동안 체코 국내 당일치기 여행도 여러 번 다녀왔다.
가장 먼저 프라하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 해골 성당(코스트니체 세들렉 납골당)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쿠트나호라(Kutna Hora)로 당일치기 기차여행을 다녀왔다.
가깝기도 가깝고, 프라하에서 쿠트나호라까지 가는 기차가 자주 있어서 가볍게 다녀오자 하고 하루 전날 시내에 갔을 때 기차표를 구매했다.
체코에서의 국내 여행이고 오래 묵는 숙소라서 여권을 캐리어에 잠가놓고 보관하던 터라 굳이 여권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는데 기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티켓을 검사하던 역무원이 여권을 보여달라 했다. 우리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기차여행에선 여권을 신분증으로 꼭 소지해야 한다면서 우리를 어떻게 할지 확인하고 오겠다 갔다.
그때부터 쿠트나호라에 도착할 때까지 꽤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혹시 벌금을 내게 될까, 다시 그대로 돌아가야 하는 건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역무원이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느라 여행 가는 설렘은 다 사라지고 말았다.
다행히 역무원이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프라하로 돌아가는 기차를 탈 때쯤 다시 여권 검사를 해서 기차에 못 태운다 하면 집에 못 돌아가는데 어떡하나라는 걱정이 있었지만 돌아오는 기차에서는 여권은커녕 티켓 검사도 안 했다.
과거 체코가 공산국가였어서 그런지 어떤 사람들은 길에서도 여권 확인을 요구받고 여권이 없다 하면 벌금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얘기를 나중에 교회 사람들에게 듣게 돼서 그 후로는 당일치기 여행을 할 때 여권은 챙겨 다녔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동네 구경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리의 방문 목적이었던 해골 성당으로 먼저 향했다.
해골 성당은 14세기 무렵 흑사병과 후스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성당 부근에 매장됐으나 더 이상 시신을 묻을 곳이 없어서 수도사가 납골당으로 만들어 성당 내부를 실제 사람들의 해골로 장식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가짜로 만든 해골이 아니라 실제 죽은 사람들의 해골로 성당 내부를 장식했음에도 세척하고 깨끗하게 관리된 하얀 해골들로 십자가, 제단, 샹들리에 등의 모양을 만들어서 그런지 무섭거나 기괴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대신 엄청난 양의 해골을 보고 병과 전쟁으로 죽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과 그 시신을 그냥 두지 않고 납골당을 만든 수도사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여행 중일 땐 내부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사람의 유골 앞에서 장난스러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아 지금은 내부 사진 촬영은 금지되었다고 한다.)
해골 성당 방문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동네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기로 했다.
먼저 바로 옆에 있는 있는 성모승천 성당을 들어가 봤다.
여느 유럽의 성당들처럼 화려하고 큰 장식이 있는 대신 노란색으로 칠해진 밝은 내부에 아치형의 천장에도 작은 천장화가 있어 현대적인 인테리어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 성당도 13세기에 지어진 오래된 성당이라는 점이 신기했다. 크지 않은 성당이라 이층까지 가볍게 둘러본 후 나왔다.
버스로 두 정거장 정도 걸리는 거리의 성 바바라 대성당에서는 쿠트나호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서 천천히 걸어가 보기로 했다.
우리나라 거리에선 흔히 볼 수 없는 분홍색, 주황색, 노란색, 하늘색 등 다양한 색으로 벽이 칠해진 낮은 건물들이 이어져있고 바닥은 유럽식 돌바닥으로 되어 있어 동네가 아기자기하게 예뻤다.
프라하랑 비슷한 듯 다른 느낌에 이미 여행 중인데 또 여행을 간 기분이 들었다.
겨울의 해는 왜 이리 짧은지..
성당 두 군데 둘러보고 좀 걸었을 뿐인데 금세 어두워지고 비까지 오기 시작했다.
다시 시내를 지나 역 쪽으로 걸으면 기차 시간에 얼추 맞을 거 같아서 성당 옥상 쪽에서 내려와 걷기 시작했다.
밝을 때 봤던 동네는 색이 뚜렷하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돌아갈 때 어두운데 노란색 조명이 켜진 동네는 유럽 특유의 남색 밤하늘과 금색의 조명이 만나 운치 있게 느껴졌다.
처음엔 겨울 해의 짧음을 아쉽게만 느꼈는데 돌아갈 땐 낮과 밤의 동네를 모두 보고 올 수 있어서 당일치기 여행을 했던 우리에겐 오히려 좋았다는 대화를 나누며 프라하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