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다시 11번째 나라, 4번째 도시
카를로비바리(Karlovy Vary)라는 도시의 이름은 "카를왕의 원천"이란 뜻을 가진 체코의 유명한 온천마을로, 특히 마시는 온천수로 유명하다.
그동안 몸을 담그는 온천만 알았지 마시는 온천수라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이곳도 프라하에서 버스로 1시간 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라 프라하를 떠나기 전 마지막 체코 국내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마실 수 있는 온천은 카를로비바리 내에 여러 곳이 있다.
체코의 유명 과자 이름과도 동일한 콜로나다(기둥이 세워진 회랑형 복도) 안에 1개-3개의 온천수가 나오는 수도가 있고 특히 카를 4세가 다친 다리를 씻고 나았다는 카를 4세 온천수 앞에는 동판까지 새겨져 있다.
온천수마다 효능이 다르다고 하는데 어떤 온천수에 어떤 효능이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어서 그냥 모든 온천수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맛보기로 했다. 온천수 중 어느 것도 맛있는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각각의 수도에서 나오는 온천수의 맛과 온도가 조금씩 달라 맛보고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또 대부분의 온천수에서 코피맛이 났는데 이것도 철분 때문이고 몸에 좋다 하니 맛없음을 잘 참아내고 수도를 찾아다니며 맛을 봤다.
맛이 있든 없든, 따뜻한 온천수를 마시니 몸에 온기가 돌아 추운 날씨에도 몸이 움츠려드는 일이 없었고 여러 온천수를 찾아 계속 걸어 다니니 적당한 운동 효과도 있어서 온천수 자체의 효능과 상관없이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콜로나다를 가는 근처에는 포장마차 같은 이동식 판매점이 있어서 다양하고 예쁜 컵들, 특히 마시는 부분이 주전자의 입처럼 나와있어 일반 컵으로 물을 마실 때처럼 고개를 젖히지 않아도 되고, 뜨거운 온천수를 조금은 식혀줄 수 있도록 제작된 특수컵이 가득 진열되어 있다.
여행자들이라면 그 화려하고 예쁜 컵들에 시선을 뺏기게 되고 카를로비바리에 오면 온천수를 마시러 돌아다니기 전에 자기 취향에 맞는 예쁜 온천수 마시는 컵을 구매하는 것이 필수코스로 되어있다.
카를로비바리에 가기 전부터 온천수를 마시려면 컵이 있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던 우리는 가서 컵을 구매할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배낭이 무거워지고 또 이동하는 중에 깨지면 아깝다고 지레 걱정을 한 나로 인해서 구매하지 않고, 집에서 컵을 가져가기로 했다.
예쁘고 우아하게 온천수를 마시는 다른 관광객들 사이에서 우리 둘은 작은 이케아 머그컵을 들고 다니면서 뜨거운 물을 후후 불고 고개를 젖혀가면서 모든 온천수 맛을 봤는데 이제 와서 생각하면 우리가 체코를 기억할 좋은 기념품이 되었을 텐데 안 사 왔던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카를로비바리는 온천수로 가장 유명하지만 동네 자체의 풍경도 아름답다.
유럽의 아름다운 곳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곳도 중세유럽 귀족들의 휴양지였던 곳이라 테를라 강을 따라서 멋스러운 호텔과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건물의 색까지 파스텔톤이라 산책을 하는 동안에 눈이 즐겁고 사진을 찍어도 예쁘게 나온다.
약간 과장해서 온천수로 배가 불러진 우리는 그 예쁜 산책로를 따라 걸었고, 그 길 끝에 고풍스러운 외관으로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모티브가 된 그랜드호텔 푸프(Grandhotel Pupp)까지 갔다.
이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사실 남편이 카를로비발리에 오기를 기대했던 이유는 유명한 온천수나 다른 게 아닌 이 호텔과 그 앞 풍경이고 그 이유는 바로 남편이 좋아하는 영화, "007 카지노로얄"의 촬영장소였기 때문인 것을 알게 됐다.
웬만한 영화는 같이 보는 내가 유일하게 안보는 007 시리즈라 이곳에 가기 전에 영화를 보진 못했지만 남편이 검색해서 보여준 영화 속 장면과 실제 호텔 앞 풍경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세계 곳곳의 멋진 장소를 찾아내서 영화를 찍는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가 영화로 보면서 감탄했던 아름다운 도시를 직접 눈으로 보고 걷고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여행이 새삼 귀하게 느껴졌다.
서로 다른 기대를 갖고 온 카를로비바리에서의 여행도 기분 좋게 마무리가 되었다.
프라하에서의 한달살기와 더불어, 프라하 근교 체코의 도시 당일치기 여행으로 감사한 추억을 쌓은 우리는 다시 새로운 나라, 도시로 나아갈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