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다시 10번째 나라, 3번째 도시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여행이 일상이 되어버리고, 풍경도 사람도 정든 프라하를 떠나는 날이 되었다.
여행 시작하고 가장 많이 한 일이 짐을 싸고 푸는 일이어서 그런지 프라하 집에서 펼쳐놓은 짐들을 배낭에 어떻게 다 넣나 싶었는데 막상 짐을 싸기 시작하니 또 금방 싸졌다.
오랜만에(?) 다시 가진 건 배낭밖에 없는 여행자 모드로 전환하고 다음 여행지인 베를린으로 향해갔다.
베를린에서도 현지인 집의 방 하나를 빌려 쓰는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했고, 도착해서 집주인과 인사하고 간단한 짐 정리만 했는데 짧은 겨울 해가 지고 바로 어두워져 버렸다.
다시 유럽의 바쁜 여행 일정이 시작됐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를 보내기 아쉽고 뮌헨(독일, 뮌헨 1편)에서처럼 어떤 변수가 생겨서 여행을 못 하게 될지 몰라 숙소 근처에 어두워도 갈 수 있는 클래식 레미제를 다녀오고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저녁거리와 다음날 아침거리를 사 오기로 했다.
클래식 레미제(Classic Remise)는 베를린 여행을 계획하던 처음부터 알아본 곳은 아니었다. 숙소가 현지인들이 사는 주택가라서 베를린 메인 관광지에서 떨어졌고 날이 어두운지라 숙소 근처에 뭐 할만한 게 없을까 해서 검색하다가 발견한 곳인데 주택가 가까이에 이런 공간이 있는 게 놀라울 정도로 생각보다 큰 규모로 클래식카와 최신 슈퍼카까지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었다.
클래식카를 전시할 뿐 아니라 판매, 수리, 보관까지 하고 있는 곳인데 차를 잘 모르는 내가 봐도 거리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신기하고 멋진 차들이 많아서 남편을 포함해서 자동차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기 오면 하루 종일 있어도 지루해하지 않고 진짜 좋아하겠다 싶었다. 심지어 입장료도 무료라니 급하게 찾은 장소치곤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 베를린에서의 첫날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메인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둘째 날, 세계에서 가장 긴 야외 갤러리인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로 먼저 향했다.
이곳은 과거 독일이 동독과 서독을 나누던 긴 장벽을 부수는 대신 남긴 후 벽에 그림을 그려 갤러리로 만든 곳이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 외에도 갤러리가 유명해지는데 큰 역할을 한건 두 공산권 지도자의 키스 그림이지만 그 그림 외에도 다양한 다양한 작가들이 본인들의 특색에 맞는 그림들을 그려놓아 1.3km가 넘는 장벽을 끝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오는데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가는 길 주변에 커리부어스트를 팔고 있어서 장벽 구경을 마친 후 하나 사 먹어 봤다. 소시지가 유명한 독일에서 소시지에 카레 향신료가 들어간 소스를 얹으니 맛이 없을 수 없는 맛인데 추운 몸에 따뜻한 온기를 주니 더 맛있게 느껴졌다.
미군 검문소가 있던 체크포인트 찰리에도 갔다.
예전에 군인이나 외국인들이 동독과 서독을 오고 갈 때 이용했던 곳이라고 해서 특별한 장치가 있을 걸 기대했는데 길가에 덜렁 검문소 하나를 남겨놓았고 심지어 그 앞에서 군인 옷을 입은 사람과 사진을 찍을 땐 돈도 내야 하는 듯했다.
투어가이드에게 설명을 들으며 다녔으면 이 역사적인 장소가 제대로 느껴졌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곳은 한 장의 인증샷만 남기고 지나쳤다.
우리가 베를린에 간 날에 일요일이 포함되어 있어 일요일에만 여는 대규모 플리마켓을 구경하기 위해서 마우어 공원으로 향했다.
홈페이지까지 있을 정도로 체계적이고 큰 마우어 플리마켓은 이미 잘 알려진 벼룩시장이라 사람들이 꽤 많았다. 매일 볼 수 있는 시장도 아니고 일주일에 하루 여는데 여행 일정과 맞아서 구경을 할 수 있음에 그 옛날 무한도전에서 노홍철이 외치던 "럭키가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플리마켓에 쭉 늘어선 매대에는 컵, 숟가락, 접시 등의 생활용품부터 옷, 가방, 액세서리 등의 패션 아이템, 마그넷을 포함한 여행객들을 위한 기념품, 그림들까지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었고 상인들이 파는 새 물건과, 플리마켓에 참여하는 일반인들이 판매하는 중고 물건까지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푸드코트도 있고 길거리 공연도 하는데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체크포인트 찰리를 포함해서 계속 야외로만 돌아다니다 보니 추워서 더 야외에 있는 게 어려웠다.
체크포인트 찰리에 갔을 때 일부러 맥도날드에 들러 우리나라에선 팔지 않는 체리파이와 함께 핫 초콜릿을 먹으며 몸을 좀 녹이고 나서 공원에 갔음에도 야외에 더 있다가는 감기에 걸릴 것 같아 이날의 일정은 마무리하고 따뜻한 베를린의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