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륙, 2번째 나라, 2번째 도시
여행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주는 것 중 하나가 날씨인 만큼 워싱턴 D.C. 의 따뜻한 날씨는 가볼 만한 곳이 많은 내셔널 몰(National Mall) 쪽으로 나가는 우리의 발걸음을 가벼운 옷차림만큼이나 가볍고 신이 나게 했다.
전날 받은 트립 패스권(미국, 워싱턴 D.C. 1편)을 역무원에게 보여주고 역시나 무사통과되어 우리가 가려는 스미스소니언 역(Smithsonian Station)까지 문제없이 이동했다.
워싱턴 D.C. 여행은 내셔널 몰로 다 끝났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 공원을 걸으면 워싱턴 기념탑에서 미 국회 의사당까지 쭉 이어지고 박물관이 모두 인접해 있어서 원하는 박물관 방문도 가능한데 우리가 역에 도착해 올라오자마자 마주한 건 좀 다른 모습이었다.
우리가 여행할 당시, 워싱턴 D.C. 에 도착하기 직전 미국의 고등학교 내 총기난사사건이 일어났다. 그 사건으로 학생을 포함해서 학교에 있던 사람 중 17명이 사망했고 그 해에만 여러 차례 교내 총기 난사 사건이 있어서 국제 뉴스에 이 내용이 자주 등장하고 미국 내 총기 소지에 대해서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도 나오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총기 소지 반대 시위를 하고 있는 장면을 뉴스로는 봤는데 우리가 내셔널 몰에 도착했을 때 실제로 그 시위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날의 시위는 중고등학생들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주도한 시위였는데 "No Gun(총기 금지)"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다 같이 같은 말을 외치며 백악관 뒤쪽까지 행진하고 있었다.
We don't wanna die at school!
우리는 학교에서 죽고 싶지 않다!
우리도 그들과 함께 백악관까지 이동해 봤다.
백악관 뒤 철창 사이로 백악관이 생각보다 가까이 보여 보안 최강국인 미국이 그렇게 허술하게 대통령 관저를 지을 리 없지만 그래도 혹시 그때 당시 대통령이던 트럼프가 보일까 싶어 안쪽을 한참 쳐다봤다.
그때 당시에도 미국 대통령이었던 트럼프에게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갖고 있고 특히나 시위대는 더욱 대통령이 뭔가를 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었는데 지금 또다시 미국의 대통령이 트럼프인 것이 아이러니하다.
나중에 집에서 만난 집주인과 거실에서 뉴스를 보다가 마침 이 내용이 뉴스로 나오길래 우리도 저 현장에 있었는데 미국인으로서 집주인은 총기 소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그는 총을 갖고 있지 않지만,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 이미 총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가진 총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또 총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생기는 현실이라 이 문제는 단시간에 풀기 너무 어려운 주제라는 얘기를 나누었다.
다시 여행으로 돌아와서, 시위대를 인터뷰하는 뉴스 차량도 오고 그곳이 더 복잡해지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다른 장소로 이동을 했다.
잔디를 가로지르는데 많은 인원의 사람들이 강사의 동작에 맞춰서 열심히 줌바댄스를 추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나 같이 추는 거 같진 않고 비용을 지불한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추는 거 같았는데 가까운 곳에선 시위를 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선 본인들의 취미를 즐기는 모습이 현실감이 없다는 대화를 나누며 우리도 잠시 잔디에 앉아 복잡한 도시 안의 작은 휴식 공간을 즐겼다.
그러다가 워싱턴 D.C. 에 재미있는 박물관이 있어서 가보기로 했다.
사실 워싱턴 D.C. 의 내셔널 몰 주변으로는 많은 유명 박물관이 있는데 우리가 선택한 박물관은 2017년에 세워진 성경 박물관이었다.
성경을 접할 기회를 주고 그것을 접한 사람들이 직접 믿을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박물관을 만들었다는데 세울 당시 기독교로 전도하려고 만드는 것이 아니냐며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층마다 성경이 준 영향, 성경의 내용을 반영한 예술품들, 성경의 내용을 한눈에 쉽게 볼 수 있게 만든 애니메이션 상영관 등 성경을 모르는 사람들도 쉽고 부담되지 않게 성경을 접해볼 수 있게 해 놓은 박물관이었는데 권장하는 도네이션 금액이 있지만 기본은 원하는 만큼 내고 입장하는 박물관이라서 부담도 덜해 워싱턴 D.C. 에 간다면 한 번쯤은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남편이 가보고 싶어 해서 국립 항공 우주 박물관(National Air and Space Museum)도 방문했다.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기를 말든 라이트형제가 실제 사용했던 기체부터 최초 달 착륙한 아폴로 11호까지 실제 항공기와 우주선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고, 비행기 조종석 체험을 포함한 여러 체험활동도 있었다.
워싱턴 D.C. 국립 미술관과 자연사 박물관에 이어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오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입장료가 무료라서 방문객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유료 박물관 못지않게 전시와 체험이 잘 구성되어 있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우주에 큰 관심이 없던 나도 꽤 흥미롭게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워싱턴 D.C. 에서 뉴욕만큼이나 영화 속 배경이 되는 장소들을 직접 걸어 다니고 박물관에서 알찬 시간을 보내다 보니 금세 시간이 지나 시카고행 야간 기차를 타러 갈 시간이 되었다.
뉴욕에서 미리 기차표를 예매해 놓은 거라 워싱턴 D.C. 여행 일정을 더 늘리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로 마음에 들었던 여행지인 이곳을 뒤로하고 다시 새 여행지를 향해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