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대륙, 4번째 나라, 3번째 도시
작년에 tvN "아주 사적인 동남아"에서 나와서 반가웠던 태국의 빠이는 세계일주를 준비하면서도 제대로 정보를 얻지 않아 낯선 도시였는데 나의 또 다른 태국 친구 옴을 통해 동네의 매력을 듣게 되었다.
방콕에 살고 있는 옴은 평소 자주 연락을 주고받던 친구여서 우리의 공동친구인 탱을 만나러 치앙마이를 가는 것을 알고 있었고, 세계일주 중 태국의 어떤 도시를 또 여행하는지 물었다.
우린 아직 별다른 계획이 없고 혹시 추천해 줄 만한 도시가 있냐고 물어보니 빠이를 이야기했다.
옴이 빠이를 여행자의 블랙홀이라며 말해준,
Do Nothing in Pai
빠이에선 아무것도 하지 마라
이 한 문장이 나와 남편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치앙마이에서 미니밴을 타고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라는 말에 우리는 바로 다음 여행지를 빠이로 결정했다.
치앙마이에서 빠이로 가는 길은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안으로 내려오던 길 못지않게 굉장히 험했고, 구불구불한 산길이 1시간 이상 이어져서 멀미약을 미리 먹어야 했다.
그럼에도 우리 같은 장기 여행자들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곳이라는 빠이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빠이는 정말 작은 시골 동네의 모습이었다.
길에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과 발걸음에 여유가 넘쳤다.
한산한 동네를 어슬렁어슬렁 걷거나,
자전거 또는 스쿠터를 타고 슝 지나가는 여행객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빠이에서는 느긋하고 여유롭게 보낼 예정이라 사람들이 많은 시내와는 조금 떨어진 거리에 숙소를 잡았기 때문에 우리도 스쿠터(+헬멧 2개)를 장기대여하기로 했다.
이미 앞서 라오스에서 스쿠터를 빌려서 돌아다니면서 여행지에서 우리만의 발이 있다는 점이 얼마나 좋은지 경험했고, 렌트비용도 일주일에 원화 25,000원 밖에 안돼서 바로 결정할 수 있었다.
특히, 버스터미널 옆 가게에서 스쿠터를 대여하니 따로 숙소까지 어떻게 이동할지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나는 우리의 큰 배낭을 실은 스쿠터 대여점의 차를 타고, 남편은 그 뒤를 스쿠터를 탄 채로 따라오면서 숙소로 이동했다.
"남편, 차 잘 따라올 수 있지? 낙오되면 안 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