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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썬 Aug 01. 2024

태국, 치앙마이 3

아시아대륙, 4번째 나라, 2번째 도시

다음날, 우리 숙소 앞으로 픽업을 온 탱 부부는 우리가 가려했던 도이수텝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치앙마이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산과 그 위에 있는 화려한 불교 사원으로 유명한 곳인 도이수텝은 치앙마이에 가면 꼭 가야 하는 곳 중 한 곳인데, 아쉽게도 이날 우리는 입구까지 올라갔다가 구경도 하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이 사원에는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입장권을 받았는데 입장권 구매를 위해서 매표소 앞에 갔다가 남편이 지갑을 두고 온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남편 - "나 지갑 숙소에 두고 왔다!"


나 - "청소하러 방에 사람들 들락날락할 텐데? 딴 건 몰라도 현금은 가져갈 수도 있어"


남편 - "친구한테 미안하지만 우리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자."


나 - "응... 도이수텝까지 탱이랑 다시 오긴 미안하니까 여긴 담에 우리끼리 다시 온다고 하자"


아쉽게 숙소로 돌아와야 했던 우리에게 탱 부부는 대신 치앙마이에서 할 수 있는 색다른 체험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여기서 탱 부부에 대해 약간의 TMI를 넣자면,

둘은 태국에서 굉장히 잘 사는 부유층이다.


우리나라는 어학연수정도는 부자가 아니라도 갈 수 있는데 반해서 빈부격차가 큰 태국에서 다른 나라로 어학연수를 가는 경우는 그 나라를 가기 위한 항공권, 학비와 현지에서의 생활비를 모두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굉장히 여유가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대부분 호주에서 만난 태국 친구들도 형편이 좋았고, 특히 태국의 부자는 우리나라의 중산층 보다 훨씬 잘 사는 경우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탱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았는데, 그 시절 호주로 어학연수를 오면서 비즈니스석을 이용했고, 지금도 일하는 사람들에게 한 번씩 업무 보고만 받고 본인은 가족과 함께 여가 시간을 즐기는 사장님이었다.


그래서인지, 탱 남편은 바이크 타기와 사격이라는 고급 취미를 갖고 있었고, 이날 이색체험을 위해서 우리를 사격장으로 데려갔다.

치앙마이의 사격장은 총, 총알 등을 모두 대여 후 정해진 구역에서 사격을 해볼 수 있는 장소였는데, 총과 총알을 이미 소지하고 있는 경우에는 장소와 과녁판만 빌려서 사격을 할 수 있었다.

탱의 남편은 본인이 정부 인가를 받아서 소지하고 있는 총이 여러 대였고 총알도 많이 있어서 우리는 장소와 과녁판만 빌려서 사격 연습을 했다.


남편이야 군대를 다녀왔으니 군대에서 쏘던 총이 아닌 권총을 쏠 때만 잠시 헷갈려하더니 금세 익숙해져서 사격을 했는데, 나는 태어나서 처음 총을 쏴보는데 헤드폰을 꼈음에도 그 소리가 엄청나게 커서 왜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격 훈련을 하는 장면에서 헤드폰을 끼고 하는지 이해가 됐다.

총을 쏘고 났을 때 반동도 너무 커서 총을 쏜 후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웠다.


"이 무거운 총을 영화에선 한 손으로 뛰어다니면서 탕탕 쏜다고? 완전 할리우드 액션 아냐?!"


사격장에서는 총기 오발을 피하기 위해서 사격 타임이 아니면 무조건 총구를 사람이 아닌 방향으로 틀어서 갖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조심해야 하는 총, 실제로 사람이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는 총을 내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이 갑자기 너무 공포로 다가와서 사격이 재미가 없어졌다.

결국, 한 권총 속에 들어있는 총알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만 연습을 하고 남편과 탱 남편이 신나서 사격 연습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남편은 간만의 사격, 특히 군대에서처럼 의무로 해야 해서 하는 게 아닌, 스포츠로 즐긴 사격이 재밌었는지 나는 알 수 없는, 아마도 군대에서 알게 됐을 용어까지 말하면서 잘난 척을 해서 얄미웠다.


"봤어? 이 완벽한 탄착군 형성?"



전날 우리가 치앙마이에서 방콕으로 슬리핑 기차를 타고 간다는 걸 알게 된 탱은, 이날 헤어질 때 우리를 위해서 슬리핑 기차 티켓까지 선물로 안겨주었다.

슬리핑 기차에 대해서는 뒤에 방콕으로 이동할 때 좀 더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방콕행 슬리핑 기차는 좋은 시설과 편안함으로 인기가 많은 교통수단이었는데 탱 덕분에 편하게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우리는 장기 여행 중 배낭 무게를 줄이느라 한국에서 제대로 된 선물 하나 못 사서 갔는데 이렇게 대접을 받으니 너무 고맙고, 호주에서의 그 인연이 계속 이어진 게 너무 감사했다.


탱, 다음에 한국 오면 우리가 꼭 대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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