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대륙, 1번째 나라, 1번째 도시
여행을 시작하기 전까지 말레이시아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이 나라에는 다양한 민족의 사람들이 섞여 살고 있었고 그중 중국계인 화교의 비율도 굉장히 크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다 보니 말레이시아 음식은 다양하고 맛있기로 유명하고, 그중에서도 현지화된 중국음식이 꽤 맛있다는 남편 친구 부부의 추천에 우리는 차이나타운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실제로 남편 친구의 아내분도 중국계 말레이시아 현지인이고, 둘이 자주 가는 식당이라니 이건 뭐 먹어보기도 전에 이미 맛집 인증이다 싶었다.
그때는 여행 초반이라 제대로 기록을 하지 못해서 그날 먹었던 음식 이름이 기억은 안 나지만, 차이나타운의 식당에서 다양한 고기 꼬치, 파인애플 볶음밥, 깐풍기스러운 양념 닭 요리, 짜장면과 비슷한 면 요리 등을 먹었는데 먹은 음식들이 하나같이 다 맛있었다.
물론 나는 원래도 신기한 음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다.
어릴 땐 고모네 집에서 튀긴 개구리를 닭고기 같다며 맛있게 먹었고,
호주에서 어학연수할 때는 친구들과 멜버른의 큰 시장에서 신기한 고기들(상어, 악어, 캥거루 등)을 사서 바비큐 해 맛있게 먹었으며,
태국에 놀러 갔을 땐 현지 친구가 사 온 메뚜기 튀김을 과자처럼 즐겼다.
많이들 싫어하는 고수가 음식에 들어가는 걸 더 선호한다.
그런 나한텐 말할 것도 없고 남편도 만족한 저녁 식사였다.
여행하면서 느낀 건 현지인이 추천하는 음식도 맛있고, 한국인이 추천하는 음식도 맛있지만,
젤 최고 인건 현지인과 한국인이 동시에 추천하는 식당이라는 것이다!
차를 타고 친구 부부 집으로 이동하는데 꽤 늦은 시간임에도 환하게 빛을 밝힌 가게들이 줄지어 서있는 게 보였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두리안을 파는 가게들인데, 집에서 두고 먹기엔 두리안의 냄새가 심하다 보니 주문 즉시 두리안의 겉껍질을 손질해서 마련된 자리에 앉아서 먹을 수 있게 해 놓은 가게들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호불호가 분명한 과일의 황제, 두리안!
나랑 남편은 결혼 전에 교회 청년부 선교로 탄자니아를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선교사님의 집에 얼려놓은 두리안을 처음 먹어봤고 먹는 순간 달콤한 맛에 나에겐 완전히 "호"가 되었고, 냄새에 힘들어한 남편에겐 완전히 "불호"가 되었다.
그런 두리안 한 통을 맘껏 먹을 수 있는 가게가 눈앞에 있는데 안 먹을 수 없지!
다행히 두리안이 나에게만 "호"가 아니라 친구 아내분도 "호"였기에 우리는 바로 잘 익은 두리안 한 통을 주문했다.
코를 잡으며 힘들어하는 두 남자 사이에서 두 여자는 양손에 위생장갑을 끼고 두리안 속살을 갈비처럼 뜯어먹었다.
"이거 진짜 잘 익었다, 한 입만 먹어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