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형태보다 중요한 것들에 대하여
요즘은 정말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 훨씬 쉬운 시대이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도 쉽게 만날 수 있고, 새로운 지식도 온라인 강의를 통해 바로 배울 수 있다. 평소에 전혀 만날 수 없는 분야의 사람과도 매우 친근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곳이 온라인이다. 그래서 참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온라인이 가진 힘이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오늘부터 온라인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인증하는 챌린지 모임을 시작했다. 평소 눈여겨 보고 있던 진담 작가님께서 유노혜미 대표님과 챌린지 1기를 모집한다기에 호기롭게 지원했고, 다행히(?) 모임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이런 챌린지 모임은 처음인지라 어색하기도 하지만, '독서'와 '글쓰기'를 모두 잘 해내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함께 소통하는 것이 즐겁고 설렌다.
최근에 이렇게 설렜던 경험이 또 있다. 바로 도서관에서 하는 캘리그라피 수업을 들었던 것이다. 12주 동안 매주 2시간씩 함께 먹물 냄새를 맡으며 함께 캘리그라피를 배웠다. 오랜만에 오프라인으로 선생님께 직접 배우는 수업이라 조금은 떨렸던 것 같다. 그 떨림이 무색하게, 선생님께 직접 배우는 수업은 확실히 배움의 깊이가 달랐다. 그동안 캘리그라피 책을 보며 독학하듯 연습해 왔던 것과 차원이 달랐다. 책에 나오지 않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붓을 쥔 내 손을 선생님께서 함께 잡고 선을 그었을 때는 그 어떤 책에서도 배울 수 있는 살아있는 경험으로 남았다. 더 놀라웠던 것은 그 수업을 듣는 수강생 중 단 한 명도 같은 글씨체로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 자기만의 글씨체가 있었고, 자기만의 표현 방식이 있었다. 애써 나다워지려고, 독창적으로 쓰려고 하지 않아도, 모두가 이미 자신의 색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정말 신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한 작품을 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고, 나의 작품이 다른 이에게 자극이 되기도 했다. 그 모임에서 두 명의 새로운 친구도 생겼는데, 알고 보니 두 친구 모두 글을 써서 책을 쓰는 중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같은 결을 가진 친구를 만난 것이었다. 주변에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는 친구가 없어서 갈급함이 있었는데, 소중한 친구들을 마치 운명처럼 만난 것이었다. 이 모든 경험은 내가 직접 오프라인 수업을 신청하고 그 수업을 듣는 과정에서 겪게 된 것이다. 그만큼 '직접' 경험하는 것이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큰 힘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점점 온라인이 익숙해지고, 오프라인이 어색해지는 이 시대에도, 그럼에도 우리는 만나야 한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상대의 숨결을 느낄 만큼 가까이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온라인의 만남은 거리와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게 해준다. 오늘 시작한 모임에서 우리는 사진과 함께 독서 인증을 하고, 느낀 점을 짧게나마 서로 나눈다. 자신이 쓴 글의 링크를 올리고, 서로의 글을 읽는다. 오프라인의 그것보다 훨씬 더 자주 소통하고, 나누는 이야기의 깊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결국 우리에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모두 필요하다. 온라인은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더 많은 사람과 더 자주 만날 수 있게 해주며, 오프라인은 그 어떤 디지털 기술로도 대체할 수 없는 진정한 인간적 교감을 가능하게 한다. 캘리그라피 수업에서 느낀 붓의 질감과 먹물 향, 그리고 온라인 모임에서 나누는 진심 어린 대화는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어쩌면 우리는 이제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를 고민하는 대신, 두 가지 방식을 어떻게 조화롭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캘리그라피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과는 이제 온라인으로도 소통하며 서로의 작품을 공유하고, 온라인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언젠가 오프라인에서 만나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우리는 더욱 풍성한 관계와 경험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만남의 형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소통과 배움에 대한 열정일 것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예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만나는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라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우리는 서로의 삶에 깊이 스며드는 진정한 만남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