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내가 잘하는 게 뭔지, 나만의 장점이 뭔지, 나이가 들었을 때도 하고 싶은 게 뭔지, 하나하나 적어 갔다.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삶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고민했다. 그동안 눈앞에 닥친 문제들을 처리하듯 삶을 살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면, 이제야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이라는 걸 했다.
그러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던 그림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즐기듯, 그렇게 쓰고 그렸다.
4월부터 쓰기 시작한 글은 8월에 책으로 출간되었다.
글이 정리되면서 자연스레 <오늘도 감사함으로 살아냅니다> 책이 완성됐다.
글을 쓰고, 표지 그림을 그리고, 삽화를 완성하고, 책을 디자인하고 편집했다.
책을 만드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경험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고 매일 나 자신이 성장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일상을 공유했던 인스타그램에 그림을 그려 올리고, 인스타툰도 올리기 시작했다.
가입만 해놨던 브런치도 바로 작가 신청을 해서 글도 올리기 시작했다.
매일 보는 엄마 셋이 모여 독서 모임 <THE읽는엄마>도 만들어서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게 단 몇 개월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관심이 가는 것이 생기면 주저하지 않고 배우고 알아보고 경험하고 있다.
아이 셋 엄마가 '나'로 산다는 것
새롭게 시작해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참 재밌다. 그러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성장 속도가 더뎌지면서, 잘 가고 있는 건지 불안해지기도 한다. 한 치 앞만 보고 달려왔으면서, (당연히) 보이지도 않는 저 앞으로 더 빨리 나아가고 싶어 한다. 나보다 먼저 시작한 사람들, 더 큰 노력을 한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부족함에 조바심이 난다.
아이 셋을 돌보는 일상에서는 여러 가지 변수가 늘 도사리고 있다. 그 와중에 시간은 착실히 차곡차곡 잘도 흐른다. 책을 출간하고 3개월이 지났고, 이것저것 시도하고 있는 건 많지만, 이렇다 할 것은 없다. 아직은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진행은 더디고 괜스레 초조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누가 나한테 빨리하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새롭게 시작한 분야에서는 사회 초년생이나 다름없는데도 말이다. 사람 욕심이 참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