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가 남긴 온기
긴 꿈을 꾸었다.
그 꿈은 아주 포근했다.
긴 휴가에서 돌아오면,
그 시간이 꼭 꿈처럼 느껴진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일상은 아무 일 없었던 듯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머릿속에는 몽롱한 아지랑이 같은 여운이 맴돌고,
마음은 여전히 반쯤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듯하다.
아마도 당분간은
그 긴 꿈 속에서의 행복을 품고 살아가겠지.
시간의 제약 없이 눈이 떠지던 아침,
창 밖의 야자수를 바라보며 내려마시던 드립 커피,
신나는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달리던 해변가 드라이브,
검은모래해변에서
치마 끝이 다 젖도록 조개를 주웠던 오후.
화이트 와인과 함께 먹었던
신선한 딱새우회와 고등어회,
그리고 오랜만에 찾아간 추억의 장소들.
그 모든 장면들이
아직도 나를 은근하게 데워주고 있다.
그 포근한 꿈에서 막 깨어난 오늘,
몸은 개운하지만
일상의 속도를 따라가기엔
아직 시차 적응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오늘은
속도를 늦췄다.
파일을 정리하고,
머릿속도 차분히 가라앉히며,
휴가 동안 채워둔 여유를
앞으로 조금씩 꺼내 쓸 수 있도록 준비했다.
퇴근길,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느슨한 파도와 햇살 한 줌이 여전히 느껴진다.
그 온기가 사라지기 전까지
나는 오늘도 천천히 집으로 걸어간다.
휴가에서 가져온 따뜻한 힘을 품고,
조금씩 시차를 맞춰가며
앞으로의 하루들도
무리 없이 나답게 살아가기로 한다.
힘이 고갈될 때쯤이면
또 다른 꿈이 파도를 타고 찾아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