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한 그루

작은 성취

by 두디

“나무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숲은 광활하다.

좌표를 잃은 채 서 있으면,

끝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풍경 속에서

발길이 멈추고 막막해진다.


시야는 가볍게 트이지만,

텅 빈 무력감이 함께 밀려온다.


그럴 때면 시선을 낮춘다.

내 앞에 놓인 한 그루의 나무.


다른 나무들은 잠시 잊고,

이 나무 한 그루에 집중한다.

가지를 치고,

주위를 깔끔히 정돈한다.


그 순간만큼은 호흡이 가벼워진다.

숨을 고른 뒤 다시 숲을 바라본다.


변화는 크지 않다.

하지만 분명히 달라져 있다.

내가 손댄 작은 변화가

숲 속 어딘가에 자리 잡아

숨 고를 틈을 주고 있다.


다시 또 한 그루,

또 다른 한 그루.

그 순간 순간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숲 전체가 단정해져 간다.


삶도 마찬가지다.

멀리만 바라보면 막막하지만,

지금 내 앞의 일 하나에 집중하고,

작은 성취를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큰 그림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줌아웃해서 숲을 바라보는 눈도 필요하지만,

줌인해서 나무 한 그루를 돌보는 손길도 필요하다.

그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삶은 조금 더 단단해지고,

하루는 한결 평온해진다.


오늘도 나는 숲을 다 정리할 수는 없었지만

눈앞의 나무 한 그루는 잘 돌보고 퇴근한다.


숲은 멀리 있어도,

나무는 언제나 곁에 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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