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묵묵함
오전 내내 외근으로 분주했다.
통유리창을 통해 내려다보이는 경복궁.
이제는 너무 익숙해, 감흥이 옅어졌다.
옆의 외국인 관광객들은 연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도 한때는 한복을 빌려 입고
그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때가 있었지.
이제는 외근 때마다 마주하는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잠시 핸드폰을 내려놓고 시선을 옮겼다.
겹겹이 쌓인 시간이 고스란히 머무는 그 자리.
늘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운 궁.
습하고 무거운 공기, 쨍쨍한 햇볕 속에서
업무를 무사히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에어컨의 차가운 바람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잠시 숨을 고르게 해주었다.
그리고 눈길은 책상 위로 향했다.
홍보팀 이벤트로 받은 곰인형,
동료가 준 강아지 키링,
친구가 선물해준 스티치 피규어,
사수께서 독도에서 사다주신 오징어 키링.
책상 한쪽 벽면에는
동료들이 남긴 작은 쪽지들이 붙어 있다.
여러 추억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나만의 공간.
아무리 바쁘고 정신없는 날이 와도
이 작은 것들은 늘 같은 자리에 있다.
언제나 변치 않고 나를 기다려준다.
내 사무실 책상에도 궁이 있다.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주는, 나만의 궁.
익숙함 속에 추억이 고스란히 쌓여 있는 작은 궁.
오늘도 나는 그곳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바빴던 이 하루를 작은 궁에 고이 내려놓고,
이제 나의 거처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