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버텨낸 하루
회사 문을 나서며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봤다.
빨강도, 주황도 아닌 몽글몽글한 색.
그래, 저건 잘 익은 복숭아야.
복숭아빛 노을이 하늘 속에서 유영하고 있었다.
말없이 다가와 ‘오늘도 잘 버텼다’고,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어폰은 꺼내지 않았다.
사람들 목소리, 자전거 바퀴 소리,
하늘이 천천히 저무는 소리까지
오늘은 그냥 그대로 듣고 싶었다.
천천히 걸어가며 퇴근길을 음미했다.
길가에 핀 작은 붓꽃 하나.
나른하게 식빵을 굽고 있는 아기고양이.
카페 창가에 앉아 웃고 있는 사람들.
복숭아빛 노을을 배경으로,
모든 게 조용한 위로처럼 내려앉았다.
이런 순간 하나쯤을 품고 돌아오는 건
하루를 잘 버텨냈다는 것이 아닐까.
별일 없었던 하루였지만,
사실 그런 하루를 무사히 지나온 것도
충분히 잘한 일이라는 걸
노을이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오늘 아무 말 없이 다정한 노을 덕분에
조금 괜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