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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리 Apr 11. 2024

통증의 의미

통증은 견뎌내야 하는 것인가?

통증은 잘못된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신호로서 역할을 한다. 통증 없이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많이 해보지만 실제로 느껴야 할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은 생각처럼 행복하지는 않다.


당뇨가 심한 사람은 항상 발을 조심해야 한다. 외출 후에는 항상 발을 점검하라고 교육받는다. 당뇨가 오래되면 감각신경의 기능이 떨어져서 발에 상처가 나더라도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당뇨는 혈액순환과 회복에도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발에 난 상처를 방치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말초기관에 혈액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극단적인 당뇨 합병증이 당뇨발이다. 계속해서 썩어 들어가는 발은 절단해 내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다. 놀라운 것은 당뇨발 환자의 발을 절단할 때는 전신마취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발에 감각이 없기 때문에 부분마취로 충분하다.


통증이 없는 삶은 이처럼 위험하고 때론 슬프기까지 하다. 통증의 역할은 비단 신체적인 사인(sign)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돌아볼 때, 주변 사람들이 대해 생각할 때, 사회의 어두운 면들을 접하게 될 때 우리는 가끔 통증을 느낀다. '켕기다' '슬프다' '개운치 않다'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표현하지만 결국은 마음의 통증인 것이다. 



무뎌질 데로 무뎌진 마음은 통증을 무시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통증을 피하고 싶어 현실을 외면하고 눈을 감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마음의 통증을 마주하지 않고서는 병들어가는 마음을 눈치챌 수가 없다.

신체적인 통증이건 마음의 통증이건, 통증은 어떤 대상에 관심을 보이는 계기가 된다. 평상시에 있는 줄도 모르고 살던 새끼발가락이 다치기라도 한 날에는 하루종일 발가락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삶에 찾아온 통증도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고는 한다. 통증을 느낀 뒤 좋지 않은 습관을 끊어내고, 각종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통증은 견뎌내라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통증이 통증의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하려면 통증을 인정하고 통증의 기원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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