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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력가노루 May 27. 2024

::: 이과생의 좌충우돌 미대 졸업기 <2>


그렇게 다시 두드린 미술학원의 문.

상담받으러 갔던 추운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미대에 제출해야 하는 포트폴리오가 꽤 막막했는데

상담해 주시던 샤대 미대 출신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겠다셔서

꿈의 한 발을 내딛는 느낌이었다.

첫 수업에 무턱대고 데생을 해보라고 하시길래

3년 전 홍대 앞 미술학원에서 배웠던 그대로 최대한 빠르게 바바바박 그렸더니,

“워워, 이렇게 그리는 건 실력이 아니라 기술에 불과해요.”

연필을 똑바로 잡고 훨씬 더 작게 다시 그려 보라 시던.

앞에 놓아주신 사과를 손바닥 만하게,

나름 반사광도 넣어가며 열심히 끄적거렸다.

그제야 만족하신 선생님의 말씀.

“오, 그래. 이거지. 미대 복수 전공하고 싶어 할 만하네.”

그렇게 선생님과 함께 방학 동안 차곡차곡 작품을 준비해 나갔다.

이번에는 홍대 미술학원과 다르게 ‘결과물’을 내는 데 집중해서

연필 작품들을 3~4개 거치자마자

드디어!!! 파스텔, 색연필, 아크릴 물감 등을 골고루 접해볼 수 있었다.

게다가 선생님의 제안으로 입체 작품들도 제작했는데

곽티슈를 가지고 작업해 보자는 말씀에 떠오른 ‘마릴린 먼로’. (마돈나랑 헷갈렸음)

당연히(?) 포토샵을 다룰 줄 모르던 터라

학원에 놀러 온 졸업생에게 부탁드려 사진 여백을 채우고 출력해서 붙였다.

안타깝게도 포트폴리오로 냈던 대부분 작품 사진들은

싸이월드 블로그에서 네이버 블로그로 이사 오면서 날아가버렸는데,

요 ‘관능적 크리넥스’는 살아남아서 여전히 야릇함(?)을 뽐내고 있다.

10년도 더 된 미술학원 시절 선생님의 대사가 꽤 구체적인 이유도

노노루의 기록벽 덕분에 블로그에 다 남아있기 때문.

기억하기론 어느 정도의 성적 기준을 넘고,

전공하고자 하는 학부에 (노노루는 디자인학부)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면

교수님들이 평가해서 복수전공 합격/불합격을 결정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과사에 자료를 제출하고 기다리다

발표가 됐다는 소식에 학적 조회를 해봤더니,

복수전공에 디자인학부가 떠있던 감격스러운 순간이란…

드디어 미대다, 미대!!!

2009학번 신입생들과 수업을 듣게 된 4학년 노노루.

과연 그의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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