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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짐에 대하여

내 삶의 계절풍 01

by 정숙



순백의 솔기를 따라 구겨진 아침을 편다. 안개가 자욱한 날 아침 그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지구본을 돌리 듯

와이셔츠 앞섶과 등받이 남은 한 쪽의 앞섶을 지나 소매 끝에서 어깨선까지 달리는 난간에 이르러 악셀레터를 힘껏 밟는다.


ㅡ중앙선을 선명히 그어야 하니까


또 그녀는 목덜미를 부추겨 카라에 온 신경을 써야한다. 실추된 그의 자존심을 빳빳이 세워야 하므로 눈을 뜨는 햇살과 그의 일주일치 아침을 옷장 속에 가두면서도 내내 그녀는 다시 구겨지리라는 생각은 않기로 했다. 오직 펴는 일만이 그녀의 몫일 뿐.


sticker sticker


알 수 없는 먼지의 입자들을 끈끈이 테이프로 건져내는 그녀의 손은 떨린다 분무질을 하고 무릎을 꼿꼿이 세워 삶의 무개로 달군 니크롬선이 지날 때면 가랑이 끝에서부터 힘겨운 그의 하루가 올 사이로 피어올라 코끝이 맵사하다.


하루의 하중을 견디기 위해 이 가녀린 올들이 얼마나 많은 인내로 버텨야 했을까 퇴근해서 돌아 온 그가 조끼를 뒤집어 입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그를 바라보는 그녀는 유난히 ㅡ 봄 추 위 를 탄 다.



(시작노트) 내 남자를 날마다 세상의 바다로 내보내는 안개 낀 아침, 만선을 기다리는

저녁무렵이면 아이 셋을 업고 걸리고 칭얼거리는 놈은 세발자전거에 태워서 구멍가게로

장을 보러 다녔지. 그가 월급을 타면 맨 먼저 한 달치 토큰(교통)을 샀다. 지갑이 빈 날은

토큰 몇 개를 홈쳐 콩나물과 두부를 사고 생선가게를 기웃거리던 시절이 있었지 그

옹색한 눈빛 그에게 들킬까봐 조바심을 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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