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계절풍 03
팔순의 친정 어머니는 수의 짓는 싟바느질을 하신다. 마른 탱자처럼 동그마니 올라 앉아, 찰찰칠 재봉틀 밟는 소리, 저승길 달리는 꽃마차 소리 같으시단다.
입바른 소리 잘하는 큰 딸인 내가
재판관처럼 어렵다고 한 당신이
여러 날 집 비워서 어쩌나 하면서도
오늘은 하룻밤 더 잡고 싶으신 게다
측간에 다녀 온 사이
나 붙들려고 틀어놓은 뽕작메들리
서둘러 아침상을 물리고
가방을 챙겨 나서려니
자꾸만 뒤통수가 저려온다.
오랜만에 지구 반대편에서 돌아온 둘 째가 며칠 간의 침묵을 깨고 어제부터 Rock 음악의 모닝콜이 울렸다. 오늘 따라 나는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 제1악장 g minor를 켜고 그 애가 좋아하는 돼지 삼겹살을 굽는다.
갑짜기 펜티바람으로 튕겨져나온 그 애가 스테레오의 전원을 확, 꺼버린다.뽕짝과 협주곡과 락의 카테고리는 삼대 삼색의 트라우마다.

(시작노트) 친정 어머니와 나, 둘째 아들 그리고 둘째 손자까지 그 중심에 내가 있다.
이게 우리 집 가계풍의 까칠 라인이다. 물려 받은 기질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일까.
까칠라인의 글러부는 조용한 날이 별로 없다. 돌아서면 아리고 맞닥뜨리면 이 갈린다는
말 가슴에 달고 애증의 펀치를 거침없이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