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계절풍 04
청계천에는 애조 띤 서정의 춤곡이나 달콤한 추억의 흔적은 더더욱 없습니다. 그저 방산시장 통 순댓집 할매의 네 박자 칼질과 지글대는 빈대떡을 홀라당 뒤집는 조선족 아지매의 절묘한 두 박자에 취해
술
술
소주잔이 뺑뺑이를 돌았을 뿐입니다
남자 동창들을 만났으니
외 관 남자 틈에 끼어
잔 돌리기를 했을 뿐인데
순대 할매, 풋풋한 열무김치에
국물 잘박잘박 끼얹어
붉은 통고추 하나 빳빳이 세워
들이댑디다
그 바람에 구겨진 인생들 화들짝 펴느라 허벌지게 웃어 댔지요. 죽기 살기로 달려온 초고속 인생 잠시 난전에 부려 놓고 온 천하를 얻습니다.

(시작노트) 언제 내가 허벌지게 웃어본 적 있었던가 일중독에 빠진 나를 백수, 아니 백조의 날개를
달아준 것도 너였지. 이런 세상이 오리라고 상상해 본 적 없지만 쿨하게 접수했어. 왠지 알아? 내
인생의 무릉도원을 꿈꾸고 싶어졌어. 그 우정 변치 않을 권리 나에게 있거든. 고맙다. 머시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