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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전傳 2

내 삶의 계절풍 05

by 정숙



똥배의 힘으로 버텨온 내 생에 가장 길고도 짧았던 유통기한을 넘긴 바코드가 계산대 앞에 서 있다


거들형 팬티 속에 감춘 욕망의 지방층이 두께를 늘려갈 동안 가장 뜨겁게 살았던 계절


떫은 인생 단물 들이느라 메니큐어도 한 번 못 발라보고 질펀하게 찍어대던 시장통 골목의 족적足跡들


하나 둘 갈바람에 흩어지고 서릿발 내리는 빈 둥지에 찬바람이 들락거린다 해도 나는 뜨겁게 가슴 지지며 살아온 가문의 똥배아줌마다.



(시작노트)

인생은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고 했던가. 한여름 당산나무 아래 낮잠 한숨 잔 것

뿐이라고 항변하고 싶지만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다. 가파른 세월의 약도

를 따라 질곡의 순간들을 달려야 했던 숨 가쁜 기억밖에 없는데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은 왜일까. 내 인생의 화롯불 같은 것.. 이제 곁불 쬐는 여유로움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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