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계절풍 07
풀각시 놀이하던 순이와 머슴살이 철이가, 경부선을 타고 호남선을 타고, 청계천으로 흘러들었듯이 한 줄기 바람이 헛헛한 오후 물길을 거슬러 온 연어들처럼, 우리도 맑은내다리 아래 발을 담그고 첨벙첨벙 물장구를 쳐 봅니다.
팔뚝 만 한 잉어와 피라미도 따라오고 집중호우에 쓸려 납작 엎드렸던 억새도 고개를 쳐들어 반겨 주지요.
봉제 공장 전전하며 주경야독하던 우리들의 자화상이 가파른 물살에 얼비쳐 떠내려갑니다.
그 물길에 비치는 반백半白의 실루엣, 삶의 갈피마다 맨살이 드러나던 멀고도 허허로운 벌판을 달려와 가슴 벅차도록 너와 내가 끌어안고 웃고 있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날까요?
(시작노트) 그 땐 그랬다. 공돌이 공순이들은 하루 스물 네시간을 꽉꽉 눌러가며 작업으로 채웠지. 나의 미래를 담보한 것이어서 코피를 흘리면서도 혹사라는 단어가 사전에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어. 그 걸 알았다면 오늘 날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