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계절풍 02
손 끝에 만져지는 심장의 박동소리, 비상하는 항공기 블렉박스처럼 우주 속에 또 하나의 우주를 새긴, 물집 잡힌 손가락 마디마다 희노애락의 부피.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들풀을 캐던 손, 녹슨 탄피와 포성을 남긴 푸른 눈의 그들에게 내밀던 부끄러운 손.
흙바람에 트고 얼은 손을 밤마다 오즘에 담그며, 눈물이 마렵도록 비비던 내 생명의 도구, 그 야윈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세월의 무게를 달아 본다.
네 개의 현에 활을 그으면 손가락 끝에서부터 날아오르는 음색들이 심장을 가로질러 일직선으로 일어서는 바다. 아픈 기억들이 손금으로 오그라드는 오늘, 지문이 파도처럼 부서져 내린다.
(시작노트) 통깁스를 풀던 날 미라가 된 나의 왠쪽 팔이 참 낯설었다.
밤이면 다박다박 신경줄울 타고 안부를 물어오던 뼈와 살점들
한 천년 쯤 전이었을까, 천연 쯤 후가 될까, 내 생의 별자리가
화석으로 일어서서 암흑의 시간을 걸어나오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