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부 고려인 디아스포라 07
저 언덕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근육질의 팔뚝을 걷어 올리며 K가 대답했다 분명 목장이 있을 거라고
막 담배를 태우고 들어온 J도 거들었다 포도밭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러자 맨 얼굴의 싱글 여자가
가본 듯이 딱 잘라 말한다 아무 것도 없을 거라고 그런데 그녀는 왜 꼭 무엇이 있을 것만 같아 잠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는 걸까
뜬 눈으로 바라본 그녀의 시베리아다 꿈도 사랑도 저물어가는 길목 세상은 넓고도 청량하다 무엇이
그렇게도 그녀를 채근하며 달리게 했는지 그녀의 생애 버킷리스트 첫 페이지에 그 답을 적고 있다
시* 베* 리* 아* 에 빠지다.
(시작 노트) 초창기 시베리아 철도 건설에 우리 한민족들이 일부 구간에 동원되었다. 시베리아 횡단 열챠의 주요 정차 도시는 극동의 블라디보스톡, 하바롭스크, 울란우데, 시베리아의 중심 이르쿠츠크, 크라스노야르스크, 노보시비르스크, 유라시아 경계인 스베들롭스크,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까지 포함한다. 11개의 시간대로 나뉘어 시차 계산을 잘 해야 한다. ( 열차의 모든 시간표는 모스코바 시간으로 되어 있다.)
*김윤배시인이 '세베리아의 슬픔'에서 왜 검은 안개라고 했는지 이제사 알 듯 하다. 가도 가도 황량한 스텝과 낮고 우울한 하늘, 일년 중 절반이 넘는 겨울의 우기와 눈, 여름철의 백야.. 서서히 기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끝없는 스텝들과 자작나무들이 이어진다. 모두가 잠든 밤. 차창으로 새어드는 세찬 바람에 한기를 느끼며 백야 끝에 잠깐 어둠이 내려 앉은 차창가를 내다 보았다. 옛 고향집 호롱불처럼 빤히 바라 보이는 인적 드문 오두막에 혹, 우리 한민족인 까레이스키가 살고 있지나 않는지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웠다.
이것은 작물이 아니고 갈대 등, 잡초의 밑동이다. 시베리아의 5월은 겨울에 가깝다 단지 겨울철이 우기라서 낮동안의 햇볕으로 눈이 녹아 풀이 자라고 있을 뿐. 그 길고 긴 철로 주변에 쥐불을 놓아서 묵은 풀들을 태워 그 재가 거름이 되고 해충을 없애는데 일조하지 않을까. 곳곳에 쥐불을 놓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