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부 고려인 디아스포라 06.
아무도 가본 적 없는 내일을 꿈꾸는 나의 아바타, 그녀는 오늘도 가슴 속에 작은 집 한 채를 짓는다. 시베리아횡단열차 쿠페 28-1 문패가 선명하다. 겨우 몸을 구겨 넣고 나니 다리 뻗을 공간이 전부다. 잠시도 못 버틸 줄 알았는데, 몸이 먼저 일아 차리고 마음만은 꽃대궐이다. 이층의 K가 다급하게 말문을 텄다. 서로 방귀부터 트자며 한방 세게 터트렸다. 초면에 여자후배 머리맡에서 초특급으로 쐈으니 적나라한 냄새의 괴력에 코를 막고 웃다가 찔끔 눈물까지 쏟았다.
그녀는 안다. 그게 K만의 소통방식이라는 것을. 서먹한 동거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입소문을 타고 꾸역꾸역 모여든 초로에 접어든 사람들 저마다 질풍노도의 세월을 반추하며 질펀하게 웃고 또 울었다.
*이야기 구성의 핵심장소
(시작 노트 ) 인천공항에서 -> 블라디보스톡( 2시간 30분)이곳은 항구도시라기 보다는 해군 기지가 있는 군사 도시라는 게 더 어울린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이 나라를 잃고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결국 강제 이주를 당했던 곳. 남북통일이 되면 5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시베리아 철도 길이가 지구 둘레4/1(9,298km)라고 한다. 영토 역시 상상이 안 가는 횡단열차를 타고 7박 8일 간 달려야 모스크바에 도착하는데 우리는 그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이르쿠츠크까지 3박4일간을 꼬박 달렸다. 블라디보스톡 기차역은 시베리아횡단 열차의 시발점이자 종착역이다.
엘리베이터는 물론 없고 3박4일간 기찻간에서 일용 할 양식들을 준비한 탓에 모두들 케리어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거기다 방한복이며, 난방시설, 조리 도구까지 챙기다보니 저 계단은 시작에 불과했다. 계단이 계단에 의한 계단으로 결국 육교를 오르내려야하는이 사태를.. 그 때 혜성처럼 나타난 짐승기(이승기가 짐승기로 변하는 순간) 친구 김동욱의 애칭이 바뀌는 시점이다 ^^ 겨우 숨을 돌리고 나니 133번 시베리아횡단 열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행25명과 2등 쿠페칸을 잡았다. 4년전 모스크바->뻬째르부르크 간의 8시간 쿠페칸을 탄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러시아 민요 The 'Evening Bell' 저녁 종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