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고려인 디아스포라 05
칠월의 꽃구름 아래 피어나는 핑크빛 라벤더향기를 꿈꾸며 달려온
지구의 반에 반 바퀴 스무 살의 드레스는 순백의 꽃구름 같아서
여린 바람결에도 하늘하늘 춤을 추네
사랑니 앓듯 차창너머로 너와의 간극이 멀어질 때면
밤하늘의 별을 헤며 아침을 기다렸네
원피스끝자락 하얀 레이스처럼 순결한 향기에 취해
꽃무리 쫓고 있는 나는 한 마리 나비라네
광활한 초원에 분홍빛 융단을 펼치며
저만치서 함께 달려온 가쁜 숨결
바이칼 호숫가 리스비앙카에서
너의 속살에 입맞춤 했네
세 번째 스무 살을 훌쩍 넘김 나를 보네
멀리서 보면 더 아름다운 꽃
분홍 바늘꽃이라네.
(시작노트) 물의 도시 이르쿠츠크가 가까워지자 더 많은 풀꽃들이 무리를 지어 마치 횡단열차와 함께 달리는 느낌이 들렀다. 진 분홍, 보랏빛 그리고 가끔 흰색의 꽃들이 나즉히 어우러져 달리는 내내 환상적이었다. 아마도 유럽에는 라벤더 꽃들을 주로 재배하여 언젠가는 꼭, 그 향기에 취해보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분명 라벤더 일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기차가 정차 할 때마다 가서 향기를 맡아 보려고 한 순간도 차창 밖에 눈을 뗄수가 없었다. 마침 어느 역인가에서 정차를 했다. 작은 물길의 둔덕에 분홍빛 꽃들이 무리를 이르고 있어 철로를 이탈하여 내려가던 중에 여자 승무원이 무언가 소리를 지르며 손 짓을 하고 있어 되돌아 오고 말았다. 일정의 마지막은 이르쿠츠크에서 일박하며 앙카라강의 발원지인 바이칼호수 리스비앙카에서 유람선을 타기위해 호수로 내려가던 중 그렇게도 애 태우며 기다렸던 분홍 꽃무리들. 향기는 물론 생김새도 다르고 아예 향기는 없었다. 그 꽃이 분홍 바늘 꽃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