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고려인 디아스포라 08
앙가라강 발원 표지석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올라서자, 아련하고 신령스런 바이칼의 청량한 물빛이 온몸에 쓰며든다. 이천오백만 수壽를 누리고 있는 바이칼은 삼백서른여섯 명의 아들을 두었으나, 생애 최고의 자랑이요 기쁨은 눈빛이 유난히 맑고 예쁜 외동딸 앙가라 공주다. 일찍이 아비가 정혼해준 청년을 마다하고 북극의 예니세이를 사랑하게 된 배신감에 격노하여 이곳에 있는 큰 바윗돌을 번쩍 들어 딸에게 던지고 말았다.
공주는 그 자리에서 절명하였고, 그 바윗돌이 저 표지석이다. 훗날 전해지기를 바위가 아니라 아비의 심장을 꺼내 던졌다는 전설이 깃든 바이칼.
한민족의 수난과 격동기 조선의 지식인들이 바이칼 일대를 근거지로 독립활동을 하였고, 볼셰비키혁명의 영향을 받아 국제관에 눈뜨며 자유시참변으로 독립군 잔류 병력이 포로가 되어 수용되었던 곳, 전망대를 조금 벗어나자 온갖 세파를 견뎌낸 홍송 한 그루 독립군이 비밀 결사대를 조직했던 그 소나무 아래 팔십여 명의 시베리아 강제이주 회상열차 대원이 공수한 제물로 추모제를 올렸다. 선열의 넋을 기리고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영혼과 세계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헌시와 고수레를 마치고 음복을 나누었다.
한민족의 시원 바이칼이여, 우리의 발길을 지켜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