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고려인 디아스포라 10
버스가 멈추기 바쁘게 그녀가 깡충 뛰어내렸다. 무엇에 홀린 듯 침엽수림이 울창한 숲길로 내달렸다.
통나무집 앞에서 마중 나온 러시아전통 복장의 중년 여자와 딸을 맞아, 오친 쁘리야뜨나! 저 또 왔어요,
반갑게 인증 샷을 날리곤 어디론가 사라졌다.
고양이 낮잠에 취한 듯 앙가라 강 한 자락이, 에둘러 이곳으로 흐르는 자임카 숲, 강 건너 자작나무 방풍림이 저녁노을에 반사되어, 붉게 달궈진 강물 위로 타임머신의 기적이 눈앞에 펼쳐졌다.
맨살에 무명천을 두르고 차가운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었던, 그녀들의 탄성이 강물을 깨웠다. 빽빽한 자작나무숲이 병풍처럼 둘러친 강, 가슴은 한껏 투명한 볼륨으로 차올라 잘방잘방 백조의 군무가 시작되었다.
허름한 바냐의 화덕은 식어 있었고 홍차를 마시던 찻잔과 사모바르가, 덩그러니 놓여 한여름 날씨에 축 늘어진 곰의 등가죽, 거미줄에 엉킨 풀벌레들의 사체뿐이다.
어둠이 내려앉은 숲속 하얀 연기를 피어 올리며, 샤슬릭이 익어가는 만찬 끝 무렵 상기된 눈빛으로 그녀가 돌아왔다.
(시작 노트) 아리랑 축제를 긑내고 만찬을 위해 어디론가 이동하고 정차할 무렵 어렴푸시 낯익은 곳이라 나도 모르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4년 전 봄, 이곳에서의 추억이 눈 앞에 펼쳐졌다. 한여름을 빼고 이곳 러시아 전통 바냐가 운영된다. 뜨겁게 달군 굵은 돌에 찬물을 수시로 끼얹어 수증기로 땀을 내고 자작나무 생가지로 두들기며 맛사지를 한다. 냉탕 대신 나무 발판이 설치된 길을 따라 앙가라 강에 뛰어드는 것이다. 이 추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몰래 카메라를 들이 대는 순간 자동 방어의 포즈에 내가 더 놀라고 말았다. 가끔 그 사진 다시 보내 줄 수 없느냐고? 만찬 끝무렵 해찰의 벌칙으로 테이블 팀에 푸짐한 맥주를 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