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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진화

제 1부 고려인 디아스포라 11

by 정숙


소금사막으로 변해버린 아랄 해의 모래바람, 죽음의 바다를 장사지낸 지 오래다. 폐선의 무덤에선 아직도 붉은 피가 흐른다. 한때는 푸른 파도너머로 불끈 솟는 아침 해 바라보며 만선을 꿈꾸었으리라.


거역할 수 없는 역사의 세찬 바람이 전속력으로 내달린 거친 대륙의 기류, 아무다리아강과 시르다리아강을 거슬러 파미르 고원 지나 천산산맥을 넘었다. 아비와 어미가 아프게 걸어왔던 그 길. 초원의 시베리아로 다시 고삐를 틀어 국경을 넘는다는 것은 생사의 두려움이다.


고요히 눈을 뜨는 아침의 나라, 그리도 가보고 싶었던 아버지의 아버지가 뛰놀던 뒷동산, 진달래와 뻐꾸기울음소리가 그리웠던 게다. 그도 고향동무와 목화밭에서 다래를 따먹으며 철없이 뛰놀던 추억을 모래밭에 꽁꽁 묻고, 몽돌처럼 단단한 발걸음 어찌 떼었을고, 한 세기를 묵힌 골 깊은 상처의 진물 닦아줄 바람의 손 탱탱한데, 활촉으로 날아드는 판독불능의 키릴문자가 타타타* 유행가 가사처럼 읽히는 까닭은 왜일까.


*김국환의 인기가요


(시작 노트) 카자흐스탄 바슈토베 언덕 고려인 공동묘지 추모행사에서 외대 정막래 교수의 통역으로 헌시를 낭송하는 김 블라디미르 선생님은 고려인 강제이주 2세대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의대 문학부 교수(시인)역임. 광주 송정 고려인 마을로 귀환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키릴문자로만 안부를 물어온다. 나는 번역기를 돌려 한글로 답장을 쏘면 한글이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을 늘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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