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고려인 디아스포라 09
신神은 선물을 고통의 보자기에 싸서 보낸다지요. 일제강점기 전쟁과 기근으로 사할린 동포와 고려인들은 국적이 일곱 번이나 바뀌는 설움과 비애에 맞서, 오늘도 유랑의 세월이 진행형이다. 일곱 번씩 일흔 번의 용서를 아리랑으로 삭히며 수없이 응어리진 고개를 넘고 또 넘는다.
밀양박씨 우리 할머니 어린동생 등에 업고 무심한 세월 한탄하며 회심곡 다음으로 디딜방아 장단에 맞춰 불러재끼던 밀양아리랑 그 아득한 장단이 시베리아철길을 달리고 있다 철 커덕 철 커덕......
한복 곱게 차려입은 어르신들 봉숭아 꽃물들인 반달손톱, 노을빛으로 아리랑을 부르는 엉거주춤 춤사위가 우리 할아버지 도리깨춤이다.
시베리아회상열차 꽁무니에서 바라본 철길, 꼬불꼬불 아리랑 고개로 달릴 줄이야, 우리 민족에게 고통의 보자기에 싸서 보낸 준 선물, 국경을 허물고 테크놀로지의 선율에 실려, 사랑과 축복의 바이러스가 되기를 아, 참된 나를 찾아 이치를 깨달으면 기쁨이 따르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