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시베리아에 빠지다 09
ㅡCapriccioso /기분이 들뜬
이른 아침 오색딱따구리 부부가 경쾌한 카티시모로 이깔나무 둥치를 쪼고 있어요. 새집을 짓네요. 새끼들 다 건사하고 오붓한 노후를 준비하려나 봐요. 도끼질 당해본적 없는 원형의 온대성 원시림 톱질마저 어림없는 천혜자연이 완성된 시호테알린, 온갖 새들이 화려한 음색으로 교향곡을 연주하죠.
오늘은 숲속 악사들이 고향으로 떠나는 고별무대에요. 꽃사슴은 보리수아래 자리를 잡았군요. 온 가족이 석별의 정을 나누려나 봐요. 고추잠자리도 마타리 꽃대에 앉아 큰 눈동자를 굴려요. 청개구리도 초록융단 돌이끼에 앙증맞게 올라앉아 햇볕 쬐기를 하네요
인디언 추장복장 황금색 깃털을 쓴 후투티 한 쌍이 나무둥치에 올라 고별인사를 하는군요. 꾀꼬리와 휘파람새도 새봄에 다시 만나기를 언약하며 텃새들과 환상의 하모니가 온 숲에 울려퍼져요. 신비스런 숲의 기운이 온갖 짐승과 풀포기 돌멩이에 이르기까지 무아지경으로 순환하는 피톨들, 오색딱따구리 부부가 대미를 장식하
네요. 감미로운“토셀리 세레나데”를 열창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