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시베리아에 빠지다 08
ㅡ cantabile /노래하듯이
파랑새는 절망의 끝에서 기다린다고 했어요. 전쟁으로 시작된 내생의 이력은 벌거숭이에요. 숨통을 조여 오는 심장 속 파랑새는 거칠게 파닥거렸지요. 이제 그만 숲을 떠날 결심을 해야겠어요.
파리한 형광불빛 아래 박제된 내 모습 나는 이방인이 되어 치열하게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했죠. 달동네 발치엔 수많은 별이 뜨고 불빛이 흐르는 이상한 나라 엘리스가 되어버렸거든요. 화려하고 멋진 세상이지만 난 언제나 혼자였어요.
지금쯤 숲에는 찌르레기가 한창일 텐데, 해질녘 투명한 하늘의 파편들처럼 찌르레기 군무는 모차르트 협주곡 리듬에 실려 마술을 부리곤 하지요. 잠시 바람이 숨을 고르면 빨간 신호등이 켜지고, 의식의 기류는 자꾸만 숲으로 달려요.
한여름 소낙비 오는 거리에서 타이어 마찰음이 때론 외갓집 방죽가 솔밭능선을 넘어온 세찬 비바람소리 같기도 하고, 할머니가 나를 찾아 애간장녹이며 허둥대는 먼 울부짖음 같기도 해요. 하지만 나는 파랑새가 꼭 나를 기다릴 거라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