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혼자 뚜벅뚜벅#김포 한강02
일산대교가 나왔다. 한강 최서단 대교다.
여기서 더 가면 이제 강을 건널 수 없다, 수영하지 않고서야. 기분이 묘하다.
그 옆으로 하중도가 있었다. 네이버 지도가 말하길 섬 이름이 '독도'란다.
독도.
한국의 지리인이라면 꼭 가봐야 한다는 그 독도.
울릉도 옆 독도는 못 가봤지만 한강 독도는 왔네.
어떻게든 의미 부여하는 걸 보면 난 참 지리지리한 지리인이다.
한강 따라 걸은 지 2시간 반째. 이제는 발이 아니라 엉덩이로 걷는다는 생각이 들 때쯤 시가지로 빠져나가는 길이 나왔다.
그런데, 그냥 시가지가 아니었다. 멋드러진 전원주택들이 줄줄이 늘어선, <나홀로 집에>에 나오는 그런 교외의 부자 동네였다. 집집마다 마당에 놓인 바베큐 그릴과 나무 테이블 그리고 벤치.
부러웠다.
기분이 상했다.
강남 아파트 대신 세계 여행을 택하겠다던, 자유로운 새가 되고 싶다던 말은 결국 변명이었나. 강남 아파트 안 부럽다더니 왜 김포 단독주택은 부러울까? 마당이 있어서? 그 마당에서 주말마다 삼겹살 파티를 여는 단란한 가정일 것 같아서?
알 수 없다.
온 세상이 내 집이라던, 자칭 탐험가의 신난 마음이 남의 단독주택을 보며 왜 팍 식었는지.
‘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을까?’
아까 한강 걸으면서 던졌던 질문의 답을 이제 알 것 같다.
오늘의 한강은 역시나 도피였다. 돈 같은 건 필요 없이 그저 두 다리만 있으면 되는 곳, 무능력한 인간이 뛰어난 모험가로 변신하는 곳으로의 도피.
난 정말 김포 단독주택 대신 세계 여행을 원하나?
난 정말 세상을 떠도는 탐험가가 되고 싶나?
진심으로?
정말 모르겠다.
집 가서 항정살이나 먹어야지. 비빔면이랑 같이.
더운 봄날 니트 입고 이만 보 걷느라 고생한 탐험가를 위해, 항정살을 구워야지. 맛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