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세 번째 쉐어하우스

대만 워홀 생활기 시즌4#04

by 끼미


또 쉐어하우스(이하 ‘쉐하’)였다. 대만 워홀의 마지막을 보낼, 가오슝 한달살이 집 말이다. 분명 두 번 다시는 남이랑 같이 안 살겠다고 결심했었건만, 또 호랑이 굴에 기어들어 왔다. 제 발로.


한 입으로 두말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비용이었다. 에어비앤비로 구한 이 1인실 방은 한 달에 35만 원이었는데, 이는 호텔은 물론이고 가오슝에서 가장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의 6인실 도미토리보다도 저렴한 가격이었다.


숙박 후기도 결심 번복에 영향을 미쳤다. ‘집주인이 다정하고 친절하고 착해요’. 지난 열 달 동안 집주인 때문에 스트레스 잔뜩 받았던 세입자로서 혹하지 않을 수 없는 후기였다. 거기에다 순한 시바견 한 마리도 있다고 했다. 어쩌면 나도 꼽사리 껴서 같이 산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딱 한 달이었다. 어차피 바쁘게 여행 다니느라 집에선 잠만 잘 테니, ‘여기는 호텔이다’ 생각하면 금방 지나갈 터였다. 혹여나 집주인이 이상해도 30일쯤이야 충분히 버틸 수 있겠지.


그렇게 다시 한번 쉐어하우스 생활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가오슝 그 집에서 얼마나 이상한 한 달을 보내게 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첫날부터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집주인이 위아래로 쫙 붙는 운동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초면에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크롭티에 레깅스라니, 같은 여자지만 약간 당황스러웠다. 거기에다 풀 메이크업까지 한 이 집주인은 무슨 일 하는 사람일까,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운 채 집으로 들어섰다.


세 번째 쉐어하우스는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나와 있던 모습 그대로였다. 하얀 타일 깔린 아담한 방, 널찍한 원목 테이블과 책장이 있는 거실, 있을 거 다 있는 주방, 작지만 깨끗한 화장실 그리고 얼굴은 하얗고 등은 갈색인 시바견 한 마리.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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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쉐하 입주 첫날 놓여 있던 과자 / (우) 한 달 동안 같이 살게 된 시바견


다만 이상한 건, 내가 쓸 방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과자들이었다. 먹어도 되는 건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니 집주인이 웃으면서 말했다. 거실에 가면 더 있으니까 많이 먹으라고.


과자 처돌이에겐 반가운 말이었지만 의문이 들었다. 일반 쉐어하우스가 아니라 에어비앤비라 서비스가 좋은 건지, 다른 에어비앤비에서도 공짜로 과자를 주는지, 아니면 장기 숙박이라 특별히 그런 건지. 이렇게까지 인심 후한 집주인의 정체가 점점 더 궁금해졌다.


나랑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집주인은 내 방 바로 옆방을 가리키며 또 한 번 이상한 말을 했다. 과자 많이 먹으라는 말보다 훨씬 믿기지 않는 얘기.


“저 방에도 한국인 살아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한국인? 원래 대만에 있던 한국인도 다 귀국하고 여전히 외국인 입국이 막혀 있는 이 코로나 시국에? 타이베이도 아닌 가오슝에, 많고 많은 에어비앤비 중에서 하필 이 집, 바로 내 옆방에?


“진짜요? 진짜 한국인?”

“네. 지금은 외출한 것 같은데, 금방 돌아올 거예요. 아마 그쪽보다 언니일 거예요.”


나 말고 다른 하우스 메이트가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 하메가 한국인 언니라니.

이때는 몰랐다. 이 이상한 쉐어하우스가 내 대만 워홀 생활을 통째로 뒤흔들어 놓을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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