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말 겨울에 왔음을 실감한다. 빨갛고 노랗던 나무가 모두 숙연해지고 새로운 푸르름을 준비하는 계절. 그 덕에 덩달아 차분해지고, 마음은 바닥에 스며든다. 정리할 시간이 조금만 길면 좋으련만. 세상은 나에게 느린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할 생각에 바쁘게 움직인다. (어제 뜬 해 오늘도 똑같이 뜨는 건데 그게 뭐라고) 연말 연초라는 이유로 한껏 들떠있다. 온통 시끌벅적한 분위기로. 그러나 나는 항상 겨울이 오는 걸 온몸으로 막고 싶었다.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미루고 또 미루고 싶었다. 그래봤자 올 것은 오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더위보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겨울이 가진 특유의 끝맺는 느낌을 견디기 힘들었다. 하던 걸 빨리 마무리해야만 할 것 같고, 어떤 일이든 조급하고 소란스러우며, 나는 아직 지난 시간을 보낼 준비조차 하지 못했는데 놓아주어야 하는. 쓸쓸하고 공허한데 왠지 모를 상실감까지 더해져서 나는 그 속에서 끝없이 방황했다.
그래서 나에게 겨울이란 유독 끝마친다는 것에 연연하게 되는 계절이다. 올해 겨울은 더더욱 그렇다. 과거에 대한 미련과 미래에 대한 걱정 따위는 부질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의연해지는 것이 이토록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