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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꼬 용미 Jul 16. 2024

로키 갭 주립공원에서 우리끼리 몰래 캠핑

캠팽장에 무슨 괴한이 와?

사촌오빠를 따라 캠핑을 다녔다. 낚시도 배웠고 맛있는 갈비도 맛보았다. 너무 좋았다. 캠핑의 재미가 커질수록 우리 가족끼리만 가보고 싶다는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오붓하게, 느긋하게, 우리 마음대로!  우리끼리 가도 괜찮은 걸까? 사촌오빠를 배신하는 것 같아 살짝 마음이 쓰이긴 했으나 한번 해보기로 했다.  

    

우리만의 캠핑을 준비했다. 제일 먼저 코스트코에서 텐트를 구입했다. 활동적인 삼 형제를 고려해 10인용 큼지막한 텐트를 골랐다. 여름철 세일까지 더해져 텐트는 150달러? 정도 했다. 커다란 방과 거실 같은 공간이 분리되어 있어 더 좋았다.  낚시나 암벽 등반 같은 체험이 가능해 자주 놀러 갔던 배스 프로 숍(쇼핑몰에 있는 낚시 용품점)에서 침낭과 어린이용 낚싯대도 하나씩 샀다. 

     

남편은 갈 만한 장소를 찾아 캠핑 사이트를 예약했다. 메릴랜드 주에 있는 로키 갭 주립공원(Rocky Gap State Park)에 가기로 했다. 넓은 호수에서 카약을 타고 낚시, 물놀이가 가능하다고 했다. 캠핑장 주변과 호수 둘레를 트래킹 할 수도 있다니 걷기 좋아하는 우리에게는 딱이었다.  캠핑 사이트는 20-35달러면 충분하다. 물론 부엌살림이며 침구, 세면도구 등 모든 것들을 들고 가야 한다. 우리는 기꺼이 캠핑으로 여행을 갔다. 저렴하니까. 

      

사촌오빠의 소갈비를 대신할 음식이 필요했다. 나는 LA갈비를 재웠다. 돼지고기 삼겹살도 준비하고 김치와 야채, 쌀까지 단단히 준비했다. 냄비 밥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번거롭지만 압력밥솥도 들고 갔다. 프라이팬과 냄비 등 그릇들을 통째로 들고 가도 괜찮다. 캠핑 사이트 바로 옆에 차를 주차할 수 있고 옆집 텐트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리는 외국인이고 우리를 아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우리를 더 자유롭게 했다.  

       

멀리서 보는 하비브 호수(Habeeb Lake )는 파랗고 아름다웠다. 햇살을 갈아 넣은 듯 파란 물결은 반짝였다.  잔잔한 호수는 소란스러운 사람들에게 넓고 포근한 품을 내어 주었다. 


호수라는데 모래가 깔려있고 수심이 얕아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  좋았다. 하루 종일 물놀이를 해도 아이들은 지칠 줄 몰랐다. 다른 편 호수에서는 카약을 빌려 탈 수 있었다. 우리는 두 명, 세 명씩 짝을 지어 두 개의 카약에 나누어 탔다. 푸른 호수 위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노를 저었다. 아이들도 작은 손을 보태어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갔고 상대편 카약을 쫓아갔다. 


"나 잡아봐라~" 

      

지글지글 LA갈비가 구워지고 압력밥솥의 밥이 끓어 구수한 냄새가 퍼졌다. 에너지를 불태우고 먹는 밥맛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낮에 신나게 뛰어놀았던 아이들은 갈비를 뜯고 마시멜로를 구워 먹고서야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남편과 맥주를 한 캔씩 나누어 먹으며 모닥불 앞에 앉았다. 나무 타는 냄새와 일렁이는 불꽃이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깊고 까만 하늘 속에 박힌 수많은 별들을 보고 나는 맥주를 한 캔 더 마셨다.      


기분 좋게 취해서 우리도 잠자리에 들었다. 아이들은 번데기처럼 각자의 침낭으로 들어가 한껏 고치를 만들고 있었다. 남편도 피곤했는지 금세 잠이 들었다. 


나는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모닥불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을까. 낮에 사내아이들을 쫓아다녀 피곤할 만도 했지만, 조용한 밤과 여름휴가의 여유가 온몸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말 낭만적인 밤이었다. 그 우아한 기분을 더 길게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날 이후, 나는 모닥불을 사랑하게 된다. 


다음 날을 위해서 애써 자야 한다고 스스로를 달랬다. 눈을 감고 여운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아이스박스와 남은 찌개가 밖에 있기는 했으나 소리를 만들 만한 것은 없는데.....


"부스럭부스럭"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나고 물건을 뒤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아무도 모르고 옆집 텐트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데, 누구지?’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나를 덮쳤다. 연쇄살인범일지도 모른다. 나는 가만히 잠든 척을 하고 숨도 쉬지 않고 있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텐트의 두 지퍼에 달린 끈을 조용히 묶었다. 갑자기 들이닥칠지도 모르는데, 뭔가 대비를 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얇은 텐트를 찢는 건 일도 아니었을 건데... 바보...)   

  

그냥 물건을 가지고 달아나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밖에는 쓸 만한 물건이 없다. 아이스박스에 삼겹살이라면 어떨까. 불빛에 검은 그림자가 움직였다. 나는 너무나 무서운 나머지 두 눈을 꼭 감았다. 


‘사촌오빠 몰래 우리끼리만 캠핑 온 것이 잘못이야. 오빠가 키는 작아도 덩치가 산만해서 든든한데, 사촌 오빠가 옆에 있다면 이렇게 불안하지는 않았을 텐데.’ 

스스로를 자책했다. 


술을 먹고 곯아떨어지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르는 남편이 옆에 있었지만 자꾸 사촌오빠가 떠올랐다. 혼자 떨고 있는 나에게는 다른 뾰족한 수도 없었다.      

 

한참이 지나도 소리는 가시지 않았다. 그렇다고 텐트로 들이닥치지도 않았다. 나는 소리라도 질러서 쫓아볼 요량으로 용기를 내어 텐트 창으로 다가가 밖을 내다봤다. 조심스럽게 최대한 살금살금.   

   

맙소사!! 

소리의 정체는 라쿤! 너구리였다

음식이 담긴 박스와 아이스박스를 건드리며 내는 소리였다. 한참을 뒤져도 과일이나 먹을 만한 것을 찾지 못해 계속 서성거리고 있었다. 바깥의 불빛에 비친 너구리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서 한 순간에 나를 겁쟁이로 만들었던 거였다.  


휴~ 다행이다. 그제야 놀란 가슴을 혼자서 쓸어내렸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게지. 공포영화를.     


다음 날 아침. 식구들이 일어나자, 간밤에 라쿤이 다녀가서 나 혼자 엄청 놀랐다고 말했다. 밤새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다고. 남편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가족단위로 놀러 온 캠핑장에 무슨 괴한이겠냐며. 어이가 없다고. 


"치- 진짜 무서웠다니까!" 

아이들은 “나도 라쿤 볼래. 라쿤 보고 싶어!” 한다.    

  

한동안 우리 가족끼리 몰래 다녀온 캠핑에 대해서 사촌오빠에게 말도 못 꺼냈다. 라쿤을 연쇄 살인범으로 오해한 엄청난 이야기를 오빠에게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다. 


그러다 오빠네 가족도 따로 캠핑을 다녀왔다는 말에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얼마 후, 라쿤이야기를 안주 삼아 우리 생쥐 세 마리가 모여 술잔을 부딪쳤다. 



카약 두 개에 나누어 타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마시멜로 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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