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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꼬 용미 May 15. 2024

매주 워싱턴 D.C. 에 가다!

두 번째가 더 좋다

남편은 미국까지 와서 여행 한 번을 가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계획보다 물가가 높은 지역으로 오는 바람에 가져간 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행은 엄두도 못 낼 상황이었는데, 남편은 철이 없었던 걸까 내가 돈이 없다고 말을 못 했던 걸까. 남편을 설득하느라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그러던 중 미국으로 이민 온 사촌오빠와 연락이 닿았다. 오빠네 형편도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았지만, 워라 벨을 즐기며 캠핑과 낚시를 다니고 있었다. 한국에서 집사고 열심히 일만 하던 삶의 형태와는 달랐다. 현재의 삶에 더 집중하고 하고 싶은 것은 하면서 사는 것처럼 보였다. 돈을 모으고 좇기보다 더 높은 가치가 따로 있는 냥 살고 있었다. 맞는 얘기지만, 한국에서는 쉽지 않다. 그래서 오빠는 이민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워싱턴 D.C. 만 매주 가봐. 얼마나 볼 게 많은데. 그리고 공짜잖아.” 


우리 집 가장이 학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오빠가 말했다. 


워싱턴 D.C. 는 미국의 수도이며 그 자체만으로 굉장한 관광지다. 유명한 공짜 박물관들이 많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고 다녀온 적도 있었다. 그런데, 매주 가 보라고? 


워싱턴 D.C. 에는 스미스소니언 인스티튜션(Smithsonian Institution, 1846년 미 연방정부가 설립한 교육 재단으로 워싱턴 D.C. 에 있는 여러 박물관 및 미술관을 관리하고 있음)이 있다. 여기 속한 박물관은 입장료가 무료다. 국립자연사박물관, 국립항공우주박물관, 국립미술관, 아프리카미술관, 국립미국박물관, 국립아메리카인디언박물관, 국립우편박물관 등 정말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다. 


주변에 링컨 기념관, 토마스 제퍼슨 기념관, 백악관, 국회의사당, 워싱턴 기념탑 등이 있고 온 사방을 벚꽃들이 에워싸고 있다. 그리고 보타닉 가든과 동물원도 있다.  미국여행에서 꼭 가봐야 하는 유명 관광지 임에 틀림없다. 


어쩌다 한번 가는 여행지나 관광지라고 생각했지 매주 가 볼 생각은 못 했다.  


우리는 항공우주박물관에 갔다. 당시 큰아이가 WHY책을 보며 태양계를 알아 갈 무렵이었다. 처음 가고 두 번째 가고 세 번째 가고 네 번째 가고.... 거의 매주 갔다. 


어느 순간부터 큰아이가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등.... 행성들의 특징을 줄줄 읊으며 날아다녔다. 달에 착륙했다 돌아온 우주선과 화성탐사선들을 직접보고 체험존에 있는 비행기에도 탑승하고 아이 셋 모두가 신이 나서 방방 뛰며 돌아다녔다. 박물관은 살아있는 놀이터였다. 보고 듣고 만져보는 것만으로 엄청난 경험이었다.

      

자연사 박물관에도 갔다. 동물들이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전시되어 있다.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 생동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암모나이트, 매머드, 시조새 등 끝도 없이 신기한 것들을 만날 수 있었다. 게다가 수많은 곤충들의 표본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그중 나비관은 압권이었다. 살아있는 나방 애벌레를 만져보고 번데기에서 나비가 나오는 장면을 보고 날아다니는 나비가 바나나와 멜론 등의 과일즙이나 꽃을 빠는 모습도 봤다. 나비가 날아와 우리 몸에 앉는다. 



부엉이 눈이 날개에 그대로 박혀 있는 것 같은 올빼미나비(Owl butterfy), TV광고에서나 봤을 법한 유명한 

파란 나비(Blue morpho butterfly) 등이 살아서 날아다녔다. 환상적이었다.   

    

하지만, 이 나비관은 입장료가 있다. 살아있는 나비가 내 손끝에 앉고 내 옷깃을 스쳐 지나가는  체험을 맛볼 수 있는 그곳만큼은 돈을 지불해야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유리문을 통해 엿보고 건너뛰었다. 그러다가 매주 화요일은 입장료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도 매주 가니까 알게 된 거다. 우린 화요일에, 남편 공부가 빨리 끝난 날이면 자연사박물관으로 달려갔다. 



미국은  공평한 기회를 준다.  기회는 열망하고 원하는 사람들에게 기부를 통해 활짝 열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과 돈의 가치를 확실히 구별하는 자본주의의 국가기도 했다. 무료와 돈을 지불한 곳의 차이가 정말 분명하다. (마트에서 세일하는 물건을 샀다면 뭔가 이유가 있다. 유통기한의 임박이나 잘 팔리지 않는 색깔일 수 있다.) 


전 세계의 나비 표본들은 그냥 보여 주지만, 살아 있는 나비관은 당시 5달러의 입장료를 받았다. 하지만, 나비의 수명이 다해 교체가 이루어지기 전날인 화요일은 무료로 개방해 준다. 확실히 나비의 수가 적다. 그래도 다섯 식구의 입장료 25달러를 아낄 수 있었다.


자연사박물관에서는 진화하고 있는 동물들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멸종한 공룡들의 뼈가 거대한 모습으로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다. 몇만 년 전에 살아 움직였던 공룡들을 체험해 볼 수도 있다는 경험, 인간과 동물의 뇌의 크기 비교, 인간의 직립보행의 과정 등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히스토리를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아주 매력적이다.   

    

5년을 살았고 매주 워싱턴 D.C에 가려고 했지만, 다 보지 못했다. 같은 장소를 가고 또 가도 좋다. 프로그램이나 전시가 늘 달라지기 때문이다. 감동이다. 미술관의 전시는 일정 주기를 타고 새로운 그림이나 조각품들이 나타났고 교과서에 나왔던 작품들을 볼 수도 있었고 새로운 작가와 작품들도 알게 되었다. 고흐의 작품이 전시된 적도 있었다. 


특히, 우리가 좋아했던 장소는 국회의사당 옆 보타닉 가든이다. 우리는 매년 크리스마스 때 대형 트리를 보러 보타닉 가든에 갔다. 큰아이와 함께 자란 토마스와 친구들이 그 시즌에 등장해 숲과 마을 사이를 돌아다녔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나무로 만든 미니어처 국회의사당, 백악관, 기념탑 등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솜씨가 아주 훌륭했다.     


나무로 만든 미국의 국회의사당

  

관광으로 한 번 훑고 지나가는 것과는 달랐다. 


어제 가고 오늘 가고 내일 갈 때마다 매번 새로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어제 보지 못했던 것을 오늘 볼 수 있었고 내일은 또 무엇이 보일까 기대가 되었다. 아이들은 하루하루 매일 자라고 있으니 모든 것들이 매일 새롭고 달라 보였을 것이다. 

     

워싱턴 D.C. 는 우리 집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20분 정도 걸렸다.  한국이나 다른 주에서 지인들이 올 때마다 우리는 워싱턴 D.C로 데려갔다. 그들의 방문 덕분에 국회의사당 투어도 해봤다. 그 내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화려하고 정교한 그림들과 장식들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파원 뉴스에나 나올 법한 곳에 내가 와 있다니 그 사실만으로 경이로웠다. 백안관 안으로는 들어가 보지 못했다. 철재 울타리 사이로 보이는 백악관을 배경으로 빼꼼하게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했다.(백악관 투어가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그리고 높은 워싱턴 기념탑 안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은 4년이나 흐른 뒤에 알았고 귀국 직전에 딱 한 번 올라가 보았다. 거기 올라가면  D.C.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우리는 워싱턴 D.C를 놀이터처럼 뛰어다녔다.  도시락 하나만 들고 소풍 가는 마음으로. 매번 같은 곳을 다녔지만, 무궁무진한 새로움에 한 번도 질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가득했고 보고 들은 것들을 줄줄 읊고 다녔다.      


달에 다녀오고 화성을 탐사 했던 우주선이 눈앞에 있다고 생각해 보라! 


아이들은 머나먼 우주도 갔다 올 수 있다는 전제하에 그들의 꿈과 상상이 펼쳐질 것이다. 생각의 시작부터가 다르고 상상의 크기가 달라질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개방한 스미스소니언의 훌륭한 생각은 가능성이 많은 아이들에게 엄청난 선물이다. 그 선물은 모든 인류를 위한 것이다. 그저 감사했다.      


한 번 갔을 때는 새로운 장소에 대한 생경함으로 제대로 보거나 즐기지 못한다. 그곳에 왔다는 것에 감격할 뿐이다. 같은 장소에 두 번째 가면 새로움에 대한 흥분과 환희를 걷어내고 진정한 눈을 갖고 보게 된다. 진짜 그 안의 내용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어디든 한 번보다 두 번째가 더 좋다. 세 번, 네 번째는 더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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