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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어디서든 달려요

by 송유성

달리기를 하고 낭만이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낮에는 온화하고 아침저녁으로는 조금 서늘한 미풍이 오던 어느 가을, 나는 애인과 여수에 간 일이 있습니다. 전날 우리는 숙소에서 회를 포장해서 와인을 나눠 마셨고 취기를 빌려 두런두런 떠들다가 늦게 잠에 들었습니다.

바닷가 앞에 자리 잡았던 숙소에서는 일출을 볼 수 있었고 그것을 보기 위한 알람이 이른 아침에 울렸습니다. 애인은 잠에 취해 일어나지 못하고 잠시 고민하던 나는 서둘러 옷을 챙겨입고 앞바다로 나갔습니다. 저 멀리 방파제 뒤쪽으로 붉음이 퍼지는 것을 보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아무도 없는 바다 둑길을 따라 달리니 제법 더워집니다. 이른 조업을 나가는 어부들이 나를 쳐다보고 지나가고 하늘엔 갈매기가 날아다녔습니다. 가쁜 호흡을 고르며 방파제에 도착하니 시간에 맞춰 타오르는 듯한 해가 떠오릅니다. 살면서 본 일출 중에 가장 아름다운 일출이었습니다. 나는 여전히 그날 아침의 몽롱함과 파도 소리와 달리던 나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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