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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 내 것 아닌 애인

by 송유성

나는 애인이라고 모든 것을 다 같이 하지는 않는 것이 좋아. 애인은 영원히 내 것이 아니고 애인도 나도 그것을 알고 있지.

우리는 채무 관계가 아니라서 어떤 의무도 없지. 몇 시간 동안 연락이 없어도 매주 보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는 알고 있음 위에서 존재하니까. 당신을 만나면 나를 보는 눈길과 나를 안아주는 온기에 사랑을 알고 있음. 알고 있음. 이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고 있음. 우리는 그렇게 다른 시간의 선에서 평행하게 사랑하겠다.

맞춰주고 배려해 주는 것이 아니겠네. 당신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이 좋아서 무엇이든 같이 하는 거겠다. 그러면 어떤 피로도 힘듦도 없는 거겠지. 그것을 서로는 너무 잘 알아서 설명은 필요가 없지. 설명은 없어도 고마움은 알아서 가끔 당신의 눈동자를 보다가 울컥 울어버리고 싶은 순간도 있겠고.

영영 우리 서로 어렵자. 어려워서 서로의 기호를 평생 해석하는 일을 멈추지 말자. 알고 싶다는 욕망 너무 좋지 않나. 서로를 탐구하는 건 늘 즐겁자는 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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