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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 낭만헌터

by 송유성

언젠가의 일기에 낭만은 부로 찾는 자에게 당도하는 일이라고 적은 적이 있습니다.

나는 낭만 헌터입니다. 나는 일본 여행을 가서 한국인이 없는 구석에 있는 작은 선술집만 찾아요. 그래서 오사카의 작은 선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일본 아주머니와 말을 하게 되었고 서로의 술을 사주다가 그분이 술을 먹으며 노래도 부르는 ‘스낵바’에 데려가 줬어요. ‘마마’라고 부르는 여주인이 있었고 나는 오사카 한복판에서 ‘사랑의 배터리’를 열창했어요. 잘 부른다면서 마마가 내 몸통만 한 커다란 과자 묶음을 선물로 주었죠. 그리고 근교 명소를 추천해 줬어요. 관광지가 아닌 억새가 영화처럼 피어있는 산이었습니다. 또 숨은 크림빵 맛집을 알려주었고 함께 빨간 얼굴을 한 사진을 찍었고 저는 만취했고 어찌저찌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어두운 스낵바와 송짱! 하는 유쾌한 일본 분들과 이른 봄의 찬 공기 그리고 일본 특유의 책 곰팡이 같은 냄새가 진하게 마음에 남았지요.

어쩌면 낭만은 사냥을 해야 얻어지는 일 같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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