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침묵이 더 좋아
오십 대가 되고 보니
처음 본 사람도 낯설지가 않다. 어디서 본 것 같다.
몇 마디 나누다 보면 그 속을 다 알 것 같다.
그래서 노인들은 지하철에서 처음 만난 사람도 어제 만난 친구처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걸까?
“아이고~, 오데 가는 교~~”
처음 본 사람과 내릴 때까지 이야기를 나눈다. 나도 가끔 알지 못하는 사람과의 대화가 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예전에는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지금은 그 사람의 삶의 속도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지 않아 모르고 싶은 사람도 있다. 자신에게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싶은 거다.
지나고 보니 내가 아는 게 다가 아니라는 사실, 말 못 할 속사정이 많다는 사실, 말을 하지 않았을 뿐 더 많이 참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게 되니 말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졌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까마귀 검다 하여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 소냐.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
나는 백로인가? 까마귀인가?
썼다, 지웠다, 말할까?, 말까?
생각 없는 말보다 침묵을 선택했다. 고요하다.
침묵이 좋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조용한 일상이 즐겁지도 신나지도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고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없이 하루는 지나간다.
어제, 그제, 엊그제, 한 달 전 똑같다.
기억할 분량이 적어질수록 시간은 더 빠르게 느껴진다고 한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이렇게 나이 들어 가나보다.
나도 처음 본 사람과 친하게 이야기 나누게 될 것 같다
‘아이고~~ , 오데 가는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