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나기

알찬 여름을 보내는 방법

by 편린

주 5일의 새벽 운동을 목표로 잡고 시작해, 네 달 가까이를 보냈다. 이른 시간에 움직여야지 낮 동안에 많은 작업을 할 수가 있어서 단 10분이라도 부지런히 움직인다. 저녁에 운동을 하기엔 식사가 늦어지고, 자연스럽게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미뤄질 테니 다음날 일찍 몸을 일으키기 어려워질 것 같아서 최대한 빠르게 하루를 시작하는 편을 택했다. 작년, 봄과 여름엔 동이 일찍 트는 탓에 5시에 눈을 뜨고 5시 30분쯤 밖으로 나서기도 했다.

산자락 뒤로 반쯤 들어 올린 붉은 해의 머리가 기웃기웃 떠오르기 위한 준비를 하는 모습을 매일 볼 수 있었다. 시골에 살기 때문에 덤으로 얻게 되는 아름다움이다.

내가 있는 곳은 사방이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평화에 가까운 삶이라 말할 수 있다.
나는 이곳에 고립된 것이 아닌 포함된 존재다.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었다는 뜻이다.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워낙에 변화를 무서워한다. 익숙지 않은 것들엔 눈길을 잘 주지 않으며 끊임없이 경계한다.
이사를 온 지도 7년이 다 되어가지만 나는 이제야 이곳의 진짜 매력을 발견하고 있다. 계절별로 달라지는 바람과 흙의 냄새를 구별해 보는 게 즐겁다. 시기별로 다른 빛깔을 품는 나무들도 물론.

요즘은 새벽 4시 30분이면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재빨리 양치를 한다. 아침잠을 깨우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5시 반부터 점심시간 전까지 밭에서 5시간 정도 일을 한다. 박스를 만들고 따온 호박을 바로 가지런히 정리해 박스에 담고 다시 테이프를 붙여 박스를 닫는 일. 하루에 많게는 100박스, 적게는 50박스 정도가 나온다.

오늘은 70박스를 조금 넘겼다. 같은 일을 멈추지 않고 계속하면 어느 순간 내 몸도 자동화가 된다. 무작정 급하게 해선 안되지만 그렇다고 앉아서 숨 돌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일이 점점 더뎌지기 때문에 나는 가급적 앉는 시간을 만들지 않는다. 쉴 때는 일어선 상태로 스트레칭을 하면서 약간의 간식을 먹는다. 하우스 형태의 농막에는 선풍기와 작업대, 간식이 채워져 있는 냉장고가 있다. 그곳에서 매일 박스를 접고 포장을 하는 일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시골의 여름은 일 년 중 가장 바쁘고 정신없는, 뜨거운 계절이다. 나의 주된 일이 농업은 아니지만 가족의 일은 곧 나의 일이기도 해서 봄과 여름은 최대한 같이 돕고 있다.

바쁜 계절을 보내주고 가을이 오면 다시 기초부터 이론 공부를 해 볼 생각이다.

도자기의 역사부터 시작해 제작 과정까지. 예전엔 오로지 자격증만을 위한 공부를 했다면, 이제는 정말 내가 원하는 분야의 정보들을 차분하고 밀도 있게 정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이라도 혼자 여행을 가고 싶기도 하고, 여유 있게 걸으며 좋은 작품들을 눈에 많이 담으며 나한테 집중하는 겨울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같은 초여름에는 집안의 농사일이 바쁘다 보니 일을 거두느라 다른 것들에 여유를 쏟기가 쉽지는 않지만 어떤 일이든지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나의 일을 무작정 멀리하지 않으려 계속해서 신경 쓰고 생각하고 또 상상하며,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린다.

하나의 몸으로 여러 일들을 잘 해내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요즘은 하면 되지- 하기만 하면 어떻게든 다 돼- 와같은 주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건다. 매번 심각해지는 것보다 훨씬 나은 방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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