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간 5km에 위치한 반환점에서 스태프분들의 쏟아지는 응원의 눈빛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혹시라도 배가 아플까, 나는 건네받은 물 한 컵을 삼켜내지 못하고 입만 헹궈 뱉어낸 게 정말 죄송했었는데.
8km에 다다랐을 때 마주한 오르막 경사 구간에서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몸속을 가득 맴돌았다. 종아리가 터질 것 같았지만 멈추기는 싫은 마음이었다. 항상 스스로가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오늘 확실하게 느꼈다. 사실 나는 욕심이 많고 힘든 티 내기를 싫어했다. 하고자 하는 일은 해야 하고 이뤄야 할 목표는 몇 년이 걸려도 이뤄내야 한다. 아파도 아프다고 인정하기를 무척이나 짜증스러워하고 멋있어 보이는 건 무모해도 도전해 봐야 하는 그런 인간이었다.
그렇게 나라는 사람을 좀 더 알게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또 어떻게는 살지 말아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했던 시간. 오늘만은 내가 최고로 멋지고 애틋하다.
'운동'이라는 아름다운 세계로 초대해 준 엄마에게 나의 기쁨의 반을 떼어 선물하고 싶다.
올해 3월, 강원일보 마라톤에 다녀와서 남겨둔 글이다. 평소 운동이라면 질색을 하던 내가 헬스장을 다니고 거울 앞에서 한참이나 몸 여기저기를 짚어보며 체격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땀을 빼는 일에 큰 희열을 느끼게 되었고 쉬지 않고 10km를 뛰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체격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기보다는 그저 아프기가 싫어서 시작한 운동이었다.
어려서부터 종합병원이라 불릴 만큼 툭하면 아팠고, 머리가 핑핑 돌다가 쓰러진 적도 몇 번이나 있었다. 감기는 기본이고 유행하는 바이러스까지 하필 내게는 빠르게 자주 흡수되었다. 일 년에 한두 번은 열이 끓었고 계절 감기에 걸렸다. 자주 아픈 만큼 건강에 예민해지고 조금만 불편해도 쉽게 예민해지는 모습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깨달았던 게 3년 전쯤이었다.
일정한 요일과 시간을 정해 운동을 하기까지 2년이 걸렸고, 나머지 1년은 간헐적으로 체력을 길렀던 것 같다. 운동과 개인 활동을 병행하기에 큰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멀티 플레이가 힘든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띄엄띄엄 헬스장을 다니다 이제는 확실하게 습관을 들이기로 다짐한 게 올해 1월 중순쯤 된다.
여러 매체를 통해 러너들의 환희를 눈으로 보며 나도 한 번쯤은 느껴보고 싶었달까, 각자의 역량은 분명 다르겠지만 그냥 비슷하게라도 그들의 도전을 따라 해보고 싶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그치기엔 아쉽다는 생각에 홧김에 참가신청을 하고 한 달 동안 연습에 매진했다. 그 결과 엄마와 함께 무사히 결승선을 통과했고 기록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일 년 같은 한 달이었다. 살면서 무언가 이뤄내기 위한 불씨들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꺼지는 게 아니라, 더욱 크게 불어나는 것이었구나 깨달았던 날이었다. 완주메달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손에서 놓지를 못했다. 4년 전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이후로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짜릿한 성취감이었다. 그날의 마라톤을 계기로 오래 달리기는 나의 취미이자 특기가 되었다.
지금은 누구에게나 자랑하고 싶은 나의 무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