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속 메모장
이번 주는 유독 습도가 높은 날씨가 이어졌다. 도저히 에어컨 없이는 일상을 보내기 힘들 만큼. 끈적이는 방바닥과 눅눅한 이부자리가 기분이 나쁘기까지 했다. 할 수 있는 건 하루에 두 번 에어컨을 세게 틀어두는 일과 샤워하는 일밖엔 없었다. 차가운 물과 얼음, 아이스크림을 자주 먹었다.
반대로 좋았던 점들은 2주 전 피부과에서 받아온 항생제를 전부 챙겨 먹고 여드름이 많이 가라앉았다는 것과 올해 첫 자두를 베어 물었다는 점들.
또, 함께 힘들게 일한 만큼 나름의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과 때때로 그 보상은 또 한 번 열심히 발을 구르고자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 같은 것들이 종종 우리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한낮에 울리는 강렬한 매미의 울음소리가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나의 몸도 서서히 여름에 적응을 해 나가는 중이다. 2주 전만 해도 갑자기 높아진 온도에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정신력까지 주춤했었던 순간이 찾아왔었는데 금방 회복한 것 같아 다행이었다.
커피를 줄이고 물을 많이 마시려 시도하는 것도 일 년은 훨씬 넘은 듯하다. 머리로는 백번 이해했지만 한 두 번 실천하는 일이 정말 어렵다.
술을 먹지 못하는 나에게는 일상의 즐거움이 곧 커피를 마시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커피 중에서도 믹스 커피를 좋아한다. 한국에서 만든 식품 중에서도 단연 가장 잘 만든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뜨거운 것도 차가운 것도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가끔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마시지만 너무 써서 물을 타서 먹기 때문에 진정한 커피의 맛을 알고 있다는 말은 하지 못한다. 흡사 보리차와 비슷한 느낌의 심심한 아메리카노를 차갑게 해서 마시는 것도 나름 취향과 잘 맞는다.
여름은 커피와 과일, 노동과 운동이 전부인 계절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더위를 무척이나 싫어하지만, 그래도 견디기 위해서 하는 노력들은 최소한의 재미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일이 힘들어서 얼음이 잔뜩 들어간 믹스커피를 마시고, 가끔 운동이 너무 하기 싫은 날에는 그냥 멀끔하게 운동복을 차려만 입고 멋을 부린다. 운동을 하는 것 말고 여러 가지 스타일의 운동복을 사서 입어보는 일도 가끔은 큰 재미가 되기 때문이다.
진을 빼고 돌아온 늦은 저녁에 느끼는 알 수 없는 헛헛함을 달콤한 자두 한 알로 충분하게 채울 수 있다면 결국엔 다 재미있는 일들이 된다.
2주 동안 살을 빼려고 시도했다가 만만치 않음을 느끼고 다시 애매모호한 관리를 진행 중이다. 일단 밭일을 하고 나서도 헬스장을 꾸준히 나갔던 것에 대해 스스로에게 큰 칭찬을 해주고 싶지만, 그동안 꾹꾹 눌렀던 군것질을 시작한 것에 대해서는 약간의 실망감이 든다. 과자가 너무 맛있었다.. 는 말은 우스운 핑곗거리일 뿐, 눈에 보여도 손을 뻗지 않고 참아내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매번 이성을 잃고 멈추지 않고 먹어댄다.
유혹을 뿌리치기에 힘든 계절임이 확실하다. 더우면 차가운 것들을 자꾸 찾게 되고 몸이 나른해지면 달콤한 과자에 손이 간다. 올해는 운동량을 늘렸으니 그만큼 절제할 수 있는 능력도 늘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먹고 싶은 음식과 갖고 싶는 근육을 맞바꾸기 위하여 계속 시도하고 실패하는 일을 몇 번을 거쳐야 하는 것일까. 아직까지 나는 운동이 너무나 어렵다.
흙바닥 위에서.
땀자국으로 번진 운동기구 위에서.
안락한 소파 위에서.
조금 눅눅한 이부자리 위에서.
계절을 메모하며.
6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