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

by 편린

여러 종류의 초록이 골고루 섞인 산.

가끔 이곳과 멀리 떨어져서 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한다. 도시에 발을 들인 사람들이 그곳을 벗어나기 힘든 것처럼, 반대로 나는 어릴 때부터 흙냄새를 알아버려서 시골을 벗어나기가 어려운 듯하다.

지난 20년보다 이사를 하고 나서의 7년이 나에게는 훨씬 더 긴 시간들처럼 느껴진다. 크고 작은 변화들이 나를 자라게 했고, 때로는 망설이게 했으며, 아프다가 또다시 아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손톱만큼도 버릴 것이 하나 없었다.
덜어내기 위해 애썼던 것들을 어느 순간 전부 비워내면 알 수 있다.


텅 빈 공간에 다시 흙이 채워지고 싹이 틔어질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며.

( 2025. 4 )



나는 자연이 좋다. 하루의 기분을 변화시키는 것도, 아픈 마음을 안아주는 것도 전부. 피부 가장 가까이에서 숨 쉬는 자연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세상에는 아스팔트 위 가지런히 빛나는 빌딩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흙모래 위의 넝쿨식물이 가득한 나지막한 담벼락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살아온 환경에 따라 사람의 성향과 특징이 나뉘고 그에 맞는 각자의 역할이 존재한다.


흙을 밟고서 몸을 움직이는 일에 자신이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도자기를 하게 된 것도 그렇다. 내가 흙을 선택한 건지 흙이 나를 이끈 건지 가끔은 헷갈린다.

언제까지나 나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사실 잘 모르겠다.


서른이 넘고, 마흔이 넘어서도 지금과 같은 생각을 하며 지낼 수 있을까.


또 저만치 앞서가는 생각을 붙들고 오늘을 열심히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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