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나기

빨래방에서

by 편린

작년보다는 비교적 늦은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7월 초부터 내내 폭염이 괴롭히더니, 이번 주는 내내 세찬 비가 내린다. 오다 말다 하고는 있지만 한 번 오면 돌풍과 천둥을 몰고 와 굵은 비가 내리치는데 다 큰 나도 가끔은 무서워지더라.

그래서 요즘은 코인 세탁실을 자주 찾는다. 세탁을 마친 젖은 옷감들을 빨래 바구니에 옮겨 다니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아주 커다란 건조기에 넣으면 반도 차지 않는 게 신기하다.
보통은 고온에 30분 정도 건조를 시킨다. 건조를 기다리며 읍내에 내려온 김에 장을 보거나, 커피숍에 들러 음료를 한 잔 사 먹기도 한다. 오늘은 약국에 들렀다가 세탁실 옆 커피숍에서 따뜻한 차를 사 왔다. 차를 마시면서 빙글빙글 돌아가며 서로 엉겨 붙는 옷감들을 가만히 쳐다본다.
요즘은 계속해서 새벽에 나가 일을 해서 그런지 쉴 수 있을 땐 가만히 멍을 자주 때린다.

보통은 멍을 때린다고 하면 아무 생각을 하지 않지만 나는 몸이 편안할 때 반대로 생각이 많아지는 타입. 일을 할 때는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을 할 여유공간이 없는 것이다.

30분 동안의 건조를 마친 빨랫감들을 한 아름 안아 들면 정말 따뜻하고 보송해서 기분이 좋아진다. 향긋하고 부드럽게 마른 수건과 옷가지들을 정리하며 나도 좀 보송보송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꿉꿉한 습기와 끈적한 빗물과 딱 붙어사는 요즘은 간단히 말해 축축한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나도 어디든 들어갔다 나오면 보송보송한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면 좋겠다.

빗줄기는 10분 간격으로 사나웠다 잔잔해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정갈하게 건조된 옷과 수건을 다시 바구니에 담아서 밖으로 나왔다. 거의 매일을 피곤함에 못 이겨 오후에는 낮잠을 자곤 했는데, 오래간만에 밖에서 시간을 보내니 약간의 활기가 생기기도 했다.

늦게 시작된 만큼 아마, 끝도 멀리 있을 것 같은 장마다. 이제부터라도 너무 많은 소란이 밀려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매일같이 라디오에서 들리는 피해 소식과 뉴스 관련 영상들을 접할 때면 놀랍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내가 지금 느끼는 불만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되고 어디에 이야기할 만한 심각한 이야깃거리도 아니기에, 최소 하루 한 번은 힘든 사람들을 생각기로 했다.


집을 잃은 사람들과 주인을 잃어버린 동물들이 하루빨리 제자리를 찾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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