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나기

뜨거운 7월의 시작

by 편린

줄기차게 이어지는 폭염이 한창인 7월의 초입. 날이 갈수록 공기는 뜨거워지고 어느새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날마다 새벽에 밖을 나서 가족과 함께 일을 하고, 한창 뜨거워지기 시작할 때면 마무리를 짓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야말로 먹고, 자고, 일하고 이 세 가지를 충실하게 이어나간다. 단순해 보여도 일상을 채우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자 어쩌면 전부인 일.

2주 전 우리 호박이 급속도로 자라나기 시작했을 때에는 가족과 친척이 전부 모여 힘을 합쳐야 했다. 뭐든 시작이 어려운 법이라고 나름의 각오는 해 두었지만 초반부터 물밀듯이 밀려오는 물량에 다들 정신없이 대처하느라 제정신이 아니었다.
3주 차에 접어드니 슬슬 몸도 적응을 하는 것 같고, 웬만큼의 분량은 재 시간에 맞춰 작업을 마칠 수가 있게 되었다. 네 사람 중 누구 하나가 빠진다면 절대 순탄하게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갑자기 찾아온 장염에 열흘 동안은 배부른 식사를 피해야 했다. 그밖에 유제품과 차가운 커피 및 음료, 아이스크림, 차가운 과일 등등.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만 골라내 먹지 못하는 상황만큼 가장 스트레스받는 일도 없는 것 같다. 약을 사서 일주일은 꼬박 챙겨 먹었던 것 같다. 서서히 낫는 듯하다가도 자칫 방심했을 때 다시 아랫배가 싸해지면서 좋지 않은 신호가 온다. 2주 가까이 지속되는 걸 보니 일반적인 배탈은 아니구나 싶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내리쬐는 볕 사이사이 바람이 불고 있다. 바깥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작은 선물 같은 것. 가족들을 도와 밭에 나가 일을 하면서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우연한 바람이 이마를 식힐 때 조금 살 것 같다고 느낀다. 차가운 음료와 커피를 넘기는 것과는 사뭇 다른 기분이다.

지나친 세안으로 망가진 피부는 열이 오를 때로 올라 최악의 컨디션을 맞았다. 거기에다 장염까지 더해 가끔은 신경질이 바짝 나기도 하는 때가 있다. 바쁘게 몸을 움직이면서 생각을 잘 안 하게 되어 그나마 다행.
새벽부터 반나절 내내 움직인 몸을 오후에는 조금 놓아주고 풀어준다. 텔레비전을 틀어두고 약간의 집안일과 같은 작고 가벼운 노동을 하는 것이 누워서 잠만 자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 아이스커피를 먹지 못하는 게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다.

집안의 정리를 마치면 6시가 거의 다 돼 간다. 그때부터 오후에도 일하러 나간 엄마 아빠를 기다린다. 앉아서 음악을 듣거나 마당에 나가 강아지와 산책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다.

오늘도 커다라 느티나무 아래서 강아지와 함께 바람을 맞는다.


초저녁의 산들바람.


머리칼 사이사이에 맺힌다.

지그시 눈을 감는 강아지의 턱을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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