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내보는 겨울

할아버지와 나

by 편린

2025. 1. 5

이부자리 오른편 벽에 사진을 붙여두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엄마와 볼을 맞대고 찍은 사진과 가까운 동생 또는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찍은 사진. 마지막으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사진이 있다.



벽 한편에 사진들을 붙여놓는 걸 좋아한다. 갖고 있는 사진들을 전부 꺼내 붙이는 게 아니라 그날그날 생각나는 순간들을 골라 열 장 남짓으로 붙여둔다.

6개월에 한 번 정도 사진 속의 인물들이 조금씩 바뀌지만 할아버지 사진은 늘 같은 자리를 지킨다. 그래서일까 가족들 중 유일하게 내 꿈속에만 자주 나타나신다.

사진을 꺼내 나의 몸과 가장 근접한 곳에 두는 일은 지금은 만날 수 없는 할아버지가 문득 보고 싶어질 때, 그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이부자리에 누워 붙어있는 사진을 바라보며 14년 전의 지금을 떠올린다. 할아버지의 이부자리 위에서 함께 보낸 시간들을. 찬 기운이 스며들까, 발가락 끝까지 이불을 돌돌 말아 덮어주던 크고 따뜻한 할아버지의 손을 기억한다.


그때는 내가 늘 할아버지의 오른편에 눕는 걸 좋아했다. 매일같이 내게 오른팔을 내어주셨다. 언젠가 꿈에서 또다시 만나게 된다면 꼭 팔베개를 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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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일 년이 다 되도록 할아버지의 사진은 같은 곳에 붙어있다. 함께 지낸 7년의 세월이 아직도 생생해서 헤어진 지 14년이 된 지금도 얼굴을 떠올리면 눈물이 맺힌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행복한 기억밖엔 없다.

엄마 아빠와는 차원이 다른,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버린 아무런 조건 없는 완전하고도 완벽한 형태의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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